전주국제영화제서 직접 고른 5편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요즘 젊은이 연애도 다루고 싶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그 차이를 제가 느껴야 할 것 같아요.

"
한 시대를 풍미한 멜로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를 연출한 허진호(61) 감독은 2일 전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허 감독은 전날 개막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차 전주를 방문 중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허 감독은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돼 'J 스페셜' 섹션을 주관한다.

이 섹션에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자기 작품이나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관객들과 함께 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허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봄날은 간다'와 '외출'(2005),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1984),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 등 다섯 편을 선정했다.

'외출'의 경우 35㎜ 필름으로 상영돼 향수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허 감독은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이영애 분)가 상우(유지태)에게 툭 던지듯 내뱉는 대사 "라면 먹고 갈래?"가 지금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인용되는 걸 보고 이 작품이 그렇게 오래 대중의 기억에 남은 이유에 관해 생각해봤다고 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두 작품이 일상생활에서 가져온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옛날 영화긴 해도 관객들이 가깝게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요즘 관객들과도 접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멜로에 대한 허 감독의 애정은 여전하다.

그는 "내가 연애 이야기를 좋아한 건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멜로는 기쁘고, 슬프고, 차였을 때 화나고, 헤어질 때 그리워하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참 좋은 장르"라고 말했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요즘 젊은이 연애도 다루고 싶어"
'J 스페셜' 섹션에서 '봄날은 간다'를 상영할 땐 주연배우 유지태도 함께할 예정이다.

유지태는 이번 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허 감독은 "(지난해 11월) 런던한국영화제에서도 '봄날은 간다'를 봤는데, (영화 촬영) 당시 26세 청년이던 유지태의 소년미라고 할까, 너무 예쁘게 보였다"며 웃었다.

허 감독은 '바보들의 행진'에 대해선 초등학생 시절 동네 재개봉관에서 본 영화라고 회고했다.

"누나가 많다 보니 어린 시절에도 최인호 작가의 동명 소설도 읽었고, 1970년대 심야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같은 것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중·고등학교를 다닌 건 1980년대인데 이상하게도 1970년대 음악이나 문화가 제겐 익숙해요.

"
그는 '동경 이야기'를 상영작으로 선정한 데 대해선 "프랑스 파리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오즈 특별전을 하길래 본 작품"이라며 "'영화가 삶을 이 정도 깊이까지 다룰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내 초기 영화도 오즈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허 감독은 신작 '보통의 가족' 개봉도 앞두고 있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형제가 무서운 비밀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주연했다.

허 감독은 '보통의 가족'에 대해 "올가을에 개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문제, 자식의 문제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건지를 재밌게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전주 출신인 허 감독은 "(서울에서 살던)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해서 혼자 전주에 내려온 적도 있다"며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대여섯 번 참석했는데, 올 때마다 좋은 기억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요즘 젊은이 연애도 다루고 싶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