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서 손가락질받던 '더러운 자본가', 경제난 쿠바 생명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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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간 중소기업 설립 허용 후 민간부문 급팽창…빈사 상태 경제에 활력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더러운 자본가'로 손가락질받던 민간 사업자들이 수렁에 빠진 쿠바 경제에 '생명줄'이 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쿠바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공산당 일당독재가 시작된 뒤 오랜 기간 자본주의적 요소는 혐오의 대상이었다.
특히 개인 사업은 1960년대부터 금지됐다.
쿠바 정부는 경제 사정에 따라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다시 되돌렸다.
옛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이후 일부 자본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식당, 택시 운전, 이발 등 일부 업종에서 소위 '자영업 면허'를 제한적으로 발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21년 민간에서도 직원 100명 이하의 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하면서 개인사업이 합법화했고 이는 쿠바 전역에서 개인 사업체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한때 낡은 국영 꽃집이 있었던 아바나 중심가의 한 상가에는 파스타와 와인 등을 구비한 현대식 식료품점이 생겼고, 식당과 카페도 늘었다.
아바나 교외의 한 국영 유리회사 한편에는 쿠바산 가구를 판매하는 개인 사업체의 전시장이 임대해 들어왔다.
아바나항의 지게차들은 냉장 컨테이너에서 미국에서 수입된 계란을 운반한다.
이 계란은 '아마존 프레시'와 비슷하게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온라인 슈퍼마켓에 납품된다.
NYT는 2021년 이후 이러한 개인 사업체 1만200여곳이 새로 문을 여는 등 민간 부문이 급성장해 곤경에 빠진 쿠바의 사회주의 모델에 역동적인 대안 경제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2021년 대비 30% 증가한 150만명으로, 쿠바 노동인구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쿠바의 지난해 민간 부문 수입액은 정부 수입액과 맞먹는 10억달러(약 1조3천770억원)에 달했다.
쿠바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정도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의 배경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쿠바 경제가 있다.
쿠바 경제는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쿠바와 외교관계를 복원한 후 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미국 기업이 투자를 모색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6년 쿠바에 대한 제재를 부활시키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인 관광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쿠바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돼지고기, 쌀, 콩 등 주요 식료품의 생산량이 절반 넘게 줄었다.
올해는 유아용 분유 부족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도움을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석유 부족과 전력망 노후화로 쿠바 전역에서 정전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에는 제 2도시 산티아고데쿠바에서 시민 수백명이 전력공급 중단에 항의해 "전력과 식량"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계속된 경제난에 이민이 급증해 2022년 이후 약 50만명이 쿠바를 떠났다.
쿠바 전체 인구가 1천1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엑소더스' 수준이다.
이처럼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민간을 통한 경제 활성화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공산주의 정권도 민간 사업자들을 포용하게 됐다고 NYT는 짚었다.
쿠바 경제를 연구하는 콜롬비아 학자 파벨 비달은 "쿠바에서 민간 부문에 이처럼 큰 활동공간이 주어진 적은 없었다"면서 "정부가 파산하면서 다른 (경제) 행위자를 불러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신흥 사업가가 공산주의 이념에서 배척돼온 개념인 부를 획득하게 되면서 쿠바 사회에는 양극화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화이트칼라 전문직, 의사, 교사 등 국가 소속으로 일하는 전통적인 고급 직업군의 한 달 수입은 15달러인데, 민간 부문 종사자들은 그 5∼10배를 번다.
쿠바로 수입된 이탈리아 감자칩이 한봉지에 3달러, 좋은 이탈리아 와인 한 병은 20달러, 화장지 같은 일용품도 10롤짜리 한 팩에 6달러인데 이는 정부에서 받는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물품을 소비할 수 있는 고객층은 해외에서 돈을 송금받거나 개인사업체에서 일하는 경우, 아니면 외교관 정도다.
아바나 중심 상업지구 베다도에서 과일과 채소를 수레에 싣고 다니며 파는 요안드리스 이에레수엘로(38)는 "오늘날 쿠바에서 살려면 백만장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5달러를 번다는 그는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쿠바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공산당 일당독재가 시작된 뒤 오랜 기간 자본주의적 요소는 혐오의 대상이었다.
특히 개인 사업은 1960년대부터 금지됐다.
쿠바 정부는 경제 사정에 따라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다시 되돌렸다.
옛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이후 일부 자본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식당, 택시 운전, 이발 등 일부 업종에서 소위 '자영업 면허'를 제한적으로 발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21년 민간에서도 직원 100명 이하의 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하면서 개인사업이 합법화했고 이는 쿠바 전역에서 개인 사업체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한때 낡은 국영 꽃집이 있었던 아바나 중심가의 한 상가에는 파스타와 와인 등을 구비한 현대식 식료품점이 생겼고, 식당과 카페도 늘었다.
아바나 교외의 한 국영 유리회사 한편에는 쿠바산 가구를 판매하는 개인 사업체의 전시장이 임대해 들어왔다.
아바나항의 지게차들은 냉장 컨테이너에서 미국에서 수입된 계란을 운반한다.
이 계란은 '아마존 프레시'와 비슷하게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온라인 슈퍼마켓에 납품된다.
NYT는 2021년 이후 이러한 개인 사업체 1만200여곳이 새로 문을 여는 등 민간 부문이 급성장해 곤경에 빠진 쿠바의 사회주의 모델에 역동적인 대안 경제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2021년 대비 30% 증가한 150만명으로, 쿠바 노동인구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쿠바의 지난해 민간 부문 수입액은 정부 수입액과 맞먹는 10억달러(약 1조3천770억원)에 달했다.
쿠바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정도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의 배경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쿠바 경제가 있다.
쿠바 경제는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쿠바와 외교관계를 복원한 후 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미국 기업이 투자를 모색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6년 쿠바에 대한 제재를 부활시키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인 관광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쿠바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돼지고기, 쌀, 콩 등 주요 식료품의 생산량이 절반 넘게 줄었다.
올해는 유아용 분유 부족으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도움을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석유 부족과 전력망 노후화로 쿠바 전역에서 정전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에는 제 2도시 산티아고데쿠바에서 시민 수백명이 전력공급 중단에 항의해 "전력과 식량"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계속된 경제난에 이민이 급증해 2022년 이후 약 50만명이 쿠바를 떠났다.
쿠바 전체 인구가 1천1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엑소더스' 수준이다.
이처럼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민간을 통한 경제 활성화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공산주의 정권도 민간 사업자들을 포용하게 됐다고 NYT는 짚었다.
쿠바 경제를 연구하는 콜롬비아 학자 파벨 비달은 "쿠바에서 민간 부문에 이처럼 큰 활동공간이 주어진 적은 없었다"면서 "정부가 파산하면서 다른 (경제) 행위자를 불러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신흥 사업가가 공산주의 이념에서 배척돼온 개념인 부를 획득하게 되면서 쿠바 사회에는 양극화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화이트칼라 전문직, 의사, 교사 등 국가 소속으로 일하는 전통적인 고급 직업군의 한 달 수입은 15달러인데, 민간 부문 종사자들은 그 5∼10배를 번다.
쿠바로 수입된 이탈리아 감자칩이 한봉지에 3달러, 좋은 이탈리아 와인 한 병은 20달러, 화장지 같은 일용품도 10롤짜리 한 팩에 6달러인데 이는 정부에서 받는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물품을 소비할 수 있는 고객층은 해외에서 돈을 송금받거나 개인사업체에서 일하는 경우, 아니면 외교관 정도다.
아바나 중심 상업지구 베다도에서 과일과 채소를 수레에 싣고 다니며 파는 요안드리스 이에레수엘로(38)는 "오늘날 쿠바에서 살려면 백만장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5달러를 번다는 그는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