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자·죄명 빼라' 요구, 기록 회수 관여 혐의…두 번째 조사
공수처, '채상병 사건' 유재은 국방부 관리관 사흘 만에 재소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사흘 만에 재소환했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 26일 유 관리관을 불러 14시간 가까이 조사했으나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보고 주말 이후 곧바로 재소환한 것이다.

유 관리관은 공수처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오늘도 성실히 답변할 예정입니다"라고만 짧게 말했다.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게 맞느냐', '기록 회수 당시 누구 지시로 경북경찰청과 통화했느냐'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전 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회수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날 유 관리관을 상대로 이 비서관과 어떤 내용을 상의했는지, 누구의 지시로 경찰과 기록 회수를 협의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이날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 관리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 가운데 공수처 소환 조사를 받은 인물은 주호주 대사 임명 후 4시간가량 1차 약식 조사를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유 관리관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을 조사한 뒤 박경훈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 전 장관 등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면서 해병대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