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는 1999년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회사 케이웍스의 카탈로그에서 한 소녀 캐릭터의 저작권을 구입했다.
이들은 텅 빈 큰 눈에 보랏빛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 캐릭터에 '앤리'(안리. Annlee)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다른 작가들에게 앤리를 사용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위그와 파레노를 비롯해 2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영상, 포스터, 책, 음악 등 30여개의 작품이 탄생했다.
하나의 2차원 캐릭터에 불과했던 앤리는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3차원 캐릭터로 진화했다.
2002년 이 작품들은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No Ghost Just a Shell)이라는 이름으로 스위스 취리히의 쿤스트할레 취리히에서 처음 함께 전시됐다.
사이보그도 영혼을 가질 수 있는지를 물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서 따온 제목의 이 프로젝트는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창작이 이뤄지는 오늘날의 예술 생산방식을 예고하는 동시에 가상 세계에서 진화하는 디지털 존재들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위그와 파레노는 이후 앤리의 이름으로 협회를 세우고 앤리에게 저작권을 이양했다.
2002년 12월에는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가 열린 미국 마이애미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면서 그 속으로 앤리가 사라졌다고 선언해 앤리를 재현의 세계에서 '해방'시켰다.
앤리는 사라졌지만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 프로젝트로 남은 작품들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아베미술관이 모두 구입해 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23일 시작한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전은 반아베미술관이 소장한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 프로젝트 작품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다.
전체 프로젝트 참여 작가 중 14팀의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디자인하고 위그와 파레노가 함께 만든 네온 조각 '빛의 피부'를 비롯해 그래픽디자인 듀오 'M/M(파리)'가 제작한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 프로젝트의 전시 포스터, 리처드 필립스가 그린 앤리의 대형 초상화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4일까지. 무료 관람. 이번 전시와는 별개로 리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파레노의 개인전에서도 앤리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공연에서 관객분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린다는 점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슬럼프도 아직 없었다고 생각해서 극복 방안도 없습니다.”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는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츠지이는 순수함하고 천진난만한 태도로 공연을 즐기는 아티스트다. 그의 연주에선 좌절, 고뇌, 번민의 순간이 드러나지 않는다. 듣는 이들의 마음을 채우는 건 인생 역정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 서사보다는 주어진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는 음악가의 낙천성이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인 공연에서도 츠지이는 소리를 즐긴다는 음악(音樂)의 어원적 본질에 충실했다.밴 클라이번이 마지막으로 들었던 우승자의 연주츠지이는 인생 역정이 다른 음악가들과 다르다. 그는 악보를 못 본다.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새 곡을 연주할 땐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연주한 음원을 각각 들어 외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악곡의 시각적인 구성을 파악하는 건 그에겐 상상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의 눈으로 모든 걸 볼 수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연 그 자체를 즐기며 망설임 없이 건반을 치는 그의 행복한 모습은 음을 매개로 관객들에게 옮아간다.츠지이는 2022년 임윤찬의 우승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의 2009년 공동우승자다. 2009년 대회는 이 콩쿠르가 기리는 피아니스트인 밴 클라이번이 직접 우승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마지막 대회이기도 했다. 밴 클라이번은 2013년 2월 타계했다. 대회는 4년마다 열린다. 밴 클라이번은 츠지이의 연주를 두고 &ldquo
괌 청정 바다를 따라 달리는 '코코 로드 레이스'가 4월 12~13일 열린다.코코 로드 레이스는 괌 멸종 위기종인 코코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보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리는 대회다. 하프 마라톤, 5km 릴레이 경주, 코코 키즈 펀런 등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돼 모든 연령대가 참가할 수 있다.괌정부관광청은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프로모션 '반짝이는 바다를 따라 괌에서 달리다!'를 진행한다.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마라톤에서 얻고 싶은 도파민을 골라 응모하면 된다. 관광청은 추첨을 통해 2인 괌 여행권, 고프로 HERO카메라, 커피 쿠폰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프로모션 페이지에서는 코코 로드 레이스 마라톤 대회 정보와 관련 패키지 상품도 확인할 수 있다. 관광청은 해외 마라톤 전문 스타트업 '클투'와 기간 한정 할인 특가 상품을 출시했고, 6개 여행사와도 괌 마라톤 패키지를 선보인다.괌정부관광청 박지훈 한국지사장은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더 많은 분이 괌 마라톤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스포츠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올해는 유달리 습기를 한껏 머금은 폭설이 게릴라처럼 내렸다. 무거운 눈이 두껍게 쌓이면서 시설물,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 영동과 동해안에는 재난 특보가 발령되고 주요 국립공원 등산로도 등반이 금지됐다. 올해 이례적인 눈 폭탄은 서울,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짧은 시간 최고 10cm 이상 상당한 눈이 집중적으로 내린 곳들에선 지붕이 무너지고 지하 주차장 입구가 붕괴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누구나 기다리던 낭만의 대상이 어쩌다 눈 폭탄과 골칫거리로 전락했나?습설의 원인은 ‘해수온 상승’과 ‘절리저기압’이 꼽힌다. 절리저기압은 특이한 형태의 저기압으로 몽골 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빠르게 가져오는 역할을 하며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절리저기압이 따뜻한 서해와 만나면서 한반도에 무게가 무겁고 기습적인 폭설을 가져온 것이다. 결국 습설 역시 인간의 생산, 경제활동이 초래한 ‘온실가스’ 때문에 빚어진 자연현상의 하나로, 지구의 몸서리침이자 외침이다. 문제는 내년, 후년의 습설은 더 잦아지고, 더 무거워지고, 더 강한 위력을 보여줄 거라는 점이다.올해의 봄이 경칩(驚蟄)을 넘어 춘분(春分)을 향해 가고 있다. 예년 경칩 즈음이면 폈을 남쪽 매화(梅花)가 아직이라 아우성이다. 절기가 도래했는데도 꽃을 피우지 않는 꽃나무도 문제지만, 올해는 숲 도처에 가지 꺾이고 부러진 나무들이 너무 많다. 겨우내 나무를 보호했던 두터운 낙엽 이불이 숨이 죽다 보니, 도길에 떨어져 나뒹구는 부러진 가지, 바닥을 향해 부러진 가지를 축 늘어트린 위태로운 나무들, 아예 뿌리 뽑혀 쓰러진 나무들이 더 명징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