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운동 탑골미술관 삼성시니어디지털아카데미(SSDA)에서 23일 주관사인 에스원의 남궁범 사장(왼쪽)이 노인들과 함께 교육용 키오스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에스원 제공
서울 경운동 탑골미술관 삼성시니어디지털아카데미(SSDA)에서 23일 주관사인 에스원의 남궁범 사장(왼쪽)이 노인들과 함께 교육용 키오스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에스원 제공
“음료 버튼을 잘못 누른 것 같은데 뒤로 돌아가려면 어디를 누르죠?”

서울 종로구에 사는 어르신 임모씨(67)가 키오스크를 체험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미 설명을 듣던 임씨는 “방금 설명이 조금 빨랐는데 다시 한번 천천히 얘기해달라”며 수줍게 웃었다. 키오스크 체험을 마친 임씨는 “예전에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갔다가 키오스크로만 주문받는다고 해서 못 먹고 나온 적이 있다”며 “이렇게 한번 해보니 다음에는 주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 1층 탑골미술관에 특별한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디지털 기기를 체험하며 익힐 수 있는 공간인 삼성시니어디지털아카데미(SSDA)가 문을 열었다.

디지털 체험센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CSR) 사업의 일환이다. SSDA는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이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해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취업 역량까지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에스원이 주관사를 맡았다. 제일기획,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호텔신라, 삼성웰스토리,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글로벌리서치 등 8개 관계사도 사업에 참여한다.

탑골미술관 내부 330㎡에 마련된 체험센터는 크게 3개 공간으로 나뉜다. 입구를 들어서면 스마트패드 4대가 자리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SSDA에서 만든 앱을 통해 디지털 기기를 익힐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방법이나 메신저를 통해 사진을 전송하는 법 등이 패드에 담겨 있다.

디지털 체험교육 공간은 실제 현장을 똑같이 구현했다. 패스트푸드존, 병원·약국존, 영화관존, 은행·주민센터존으로 구분했다. 실제 패스트푸드점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오스크와 똑같이 만들어 어르신들이 실전에서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했다. 원하는 메뉴를 고른 뒤 카드를 넣으면 영수증까지 나올 정도로 현장을 그대로 옮겨놨다. 윤리교육을 제공하는 공간도 한쪽에 마련했다. 영상 교육을 통해 악성 댓글을 달았을 때의 위험성과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공유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소개했다.

SSDA는 지난달 말부터 65세 이상 취약 계층 어르신 300명을 대상으로 노인 디지털 약자의 불편 해소를 위한 생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300명은 이번에 문을 연 디지털 체험센터에서 체험 실습 교육도 할 방침이다.

취업 연계형 디지털 교육도 한다. 올해 첫 취업 대상으로 서울교통공사가 선정돼 지난달 초부터 2주간 실습 위주 교육을 했다.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 40명 중 30명의 채용이 확정돼 서울교통공사에서 지하철 역사 내 소화물 단기 보관과 배송 직무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에스원은 연내 기업·기관 2∼3곳을 추가 발굴해 취업 연계형 맞춤 교육을 할 계획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