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지음.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중략)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 영원을 붙잡았던 적" 이병률의 시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사랑이라는 것이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화자가 말하는 수많은 사랑의 '적'(경험)은 과거도, 미래의 일도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하는 원초적 행위에 가깝다.
불현듯 찾아왔다가 이유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기 일쑤인 사랑에는 인과 관계란 것도 없고, 따라서 그것을 증명하려는 시도 역시 쓸모없는 일임을 말하는 것 같다.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사랑이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찰나의 아름다움을 안간힘으로 붙잡으려는 시인이 적은 사랑의 기록이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써 내린 사랑이라는 질병의 기록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춤을 춰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춤을 추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 굳이 밝히자면 내 이 모든 병(病)은 후자에 속한다"고 적었다.
문학과지성사. 172쪽.
▲ 느낌과 알아차림 = 이수은 지음. 부제는 '나의 프루스트 읽기 연습'.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누구나 조금 읽다 마는 책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걸작"이자 "죽기 전에 결코 끝낼 수 없는 책, 실직했거나 요양이 필요한 병에 걸렸다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에게도 그랬다.
그런데 긴 도전 끝에 완독하고 나서는 너무 좋아 그 속에 오래도록 잠겨 있을 만큼 사랑하게 됐다.
"타는 갈증으로 물을 찾아내 작은 곡괭이로 힘겹게 두드리고 파내기를 거듭한 끝에 도달한 지하 수원지는 은빛 호수를 품은, 울림 깊은 동굴이었다.
어둡고 아늑하고 구슬픈, 황금빛 그로테스크에 눈이 휘둥그레져, 너무 오래 그 속에 잠겨 있었다.
" 이 책은 문학 편집자로 22년간 일한 저자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3년 4개월에 걸쳐 촘촘하게 읽고 나서 쓴 26편의 독서 에세이 모음이다.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작품과 긴 시간 씨름하며 던졌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저자가 스스로 찾아갔던 과정을 빈틈없는 꼼꼼한 기록으로 남겼다.
프루스트의 불멸의 대작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독자라면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가수 김범수가 고(故) 휘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추모했다.15일 김범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길,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길, 서로의 허물을 쓰다듬으며 각자의 모습 그대로 부디 행복하길, RIP 리얼 슬로우"라는 추모글을 올렸다.이와 함께 김범수는 "잊지 않을게, 밤새 나눴던 시시콜콜한 음악 얘기들"이라며 동료이자 후배였던 휘성을 추억했다.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휘성은 지난 10일 오후 6시 29분쯤 자택인 광진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소방 당국이 휘성의 가족으로부터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고,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는 "고인은 서울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라고 알렸다. 이후 유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12일 부검을 마쳤다.발인은 16일 오전 7시, 장지는 광릉추모공원이다. 발인 직전인 오전 6시에는 영결식이 진행돼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예정이다.한편 1982년 2월생인 휘성은 지난 2002년 데뷔한 뒤 '안되나요' '불치병', '결혼까지 생각했어', '가슴 시린 이야기' 등의 히트곡들을 발매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그때는 다 처음이라, 뭐가 그렇게 다 창피하고 구차시러운지."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나온 애순의 대사 중 일부다. 다 큰 자식을 둔 엄마 애순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시절 서투르기만 했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하는 말이다.폭싹 속았수다는 '젊은 애순의 이야기'이자, '엄마 애순의 이야기', '아버지 관식의 이야기'로,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공감대를 구축하며 인기몰이하고 있다.15일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지난 1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TV-OTT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주인공 애순과 관식 역할을 맡은 아이유와 박보검은 출연자 부문에서 각각 1·2위에 올랐다.굿데이터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표현이 다수였다며 "작년까지 범죄 스릴러 판타지와 같은 장르물만 집중적으로 공개한 넷플릭스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큰 호응을 보인다"고 분석했다.글로벌에서도 반응이 좋다. 한국, 그중에서도 제주도 특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첫 주 비영어 부문 글로벌 4위에 올랐다. 총 16부작인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 14일 8회까지 공개됐다.폭싹 속았수다의 인기 비결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녹인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까지 폭넓게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애순의 어머니는 피난을 와서 제주에 정착한 해녀다. 애순은 1960년대 10대를 지나서 1968년 딸 금명을 낳고 엄마가 됐다. 애순과 관식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
배우 남보라가 중고 거래 사기를 당했다고 밝혀 이목이 쏠렸다.15일 KBS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이 공개한 선공개 영상에는 배우 남보라가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한 사연을 전하는 장면이 담겼다.영상에는 남보라의 동생들이 "언니가 꼼꼼하고 야무진 면도 있지만, 허술하고 허당미가 있다"라고 하자, 남보라가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한다던가"라며 인정하는 모습이 담겼다.이에 남보라는 "최근 145만원을 사기당했다"라며 "김밥 800줄이 시작이었다. 쉽게 썰고 싶어서 절단기를 샀는데, 정가로 사면 너무 비싸서 중고 거래로 샀다"고 말했다.이어 "돈을 입금했는데 판매자가 잠적을 했다"며 "물건이 안 온 것도 화가 나는데 김밥 800줄을 손으로 썰어야 하는 게 더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최근 중고 거래가 늘면서 배우 남보라가 겪은 유사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금융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고 거래 피해 건수는 2020년 24만5500건에서 2024년 36만4643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금액 역시 2020년 1862억5000여만원에서 2024년 3565억1000여만원으로 약 2배가 됐다.지난해 기준 피해자 연령대는 중고 거래를 활발히 이용하는 20대(36.4%)·30대(26.8%)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피해 사례로는 사칭·피싱 사이트를 통한 사이버 사기나, 재화·서비스 미공급 등 계약 불이행 건수도 많다고 알려졌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