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미술가] 동물들 아픔 작품에 담은 이케무라 레이코
이케무라 레이코는 ‘문학소녀’였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한 그는 스페인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사로잡은 건 글씨가 아니라 그림이었다. 유럽의 미술 세계에 반한 이케무라는 문학 공부를 그만두고 미술 학도의 길을 택했다.

이케무라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마치 소설을 쓰듯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토끼 관음상’이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 동상은 토끼 귀를 가졌지만 사람 얼굴을 하고 있으며 손은 성모 마리아가 기도하는 모양인데 옷은 일본 승려 복장이다.

그는 동일본대지진 원전 사고로 태어난 유전자 변형 동물들에게 아픔을 느껴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종교, 국가 등을 넘어 모두가 사회적 문제에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케무라의 작품을 관통하는 사상은 ‘애니미즘’이다. 그는 모든 무기물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의 그림에서 태양엔 눈, 코, 입이 달렸고 산맥과 나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케무라 레이코가 4월부터 한국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토끼 관음상을 포함한 작품 30여 점을 들고 대전 헤레디움미술관을 찾아왔다.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케무라 인생에서 처음이다. 그가 전하는 위로의 전시는 오는 8월 4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