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택이 21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파운더스컵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KPGA제공
고군택이 21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파운더스컵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KPGA제공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다승왕(3승)에 오른 고군택(25)이 올해도 자신의 해로 만들 준비를 마쳤다. 고군택(25)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파운더스컵 with 한맥CC에서 연장 끝에 우승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고군택은 21일 경북 예천의 한맥C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이승택(29)과 연장승부를 펼친 고군택은 18번홀(파5)에서 진행된 1차전에서 파를 지켜, 보기를 범한 이승택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첫 승이자 7개월 만의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2020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고군택은 지난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무명의 설움을 날렸다. “한 번 반짝 우승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는 작년 7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9월 신한 동해오픈까지 휩쓸며 KPGA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입대까지 미룰 만큼 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올 시즌 첫 출발은 다소 아쉬웠다. 시즌 개막전이자 생애 첫 타이틀 방어전이었던 지난주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는 공동 24위에 그쳤다. 새로운 퍼터로 교체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지난해 3승을 안긴 퍼터를 다시 꺼낸 고군택은 이번 대회 첫날부터 11언더파를 몰아치며 선두로 올라선 뒤 2·3라운드에서 각각 3언더파와 1언더파를 쳐 사흘 내내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했던가. 위기는 마지막 날 찾아왔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고군택은 7번홀(파3)까지 1타밖에 줄이지 못해 2위권 선수들의 추격을 받았다.

8번홀(파5)부터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첫 번째 위기를 넘긴 고군택은 후반에 흔들렸다. 13번(파3)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이날만 7타를 줄인 이승택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후 4개 홀에서 버디 기회를 잇달아 놓친 고군택은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두 선수의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줄 알았다. 이승택의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면서다. 잠정구를 세 번이나 친 끝에 페어웨이를 향해 걸어간 이승택은 깊은 숲에서 기적적으로 원구를 찾았다. 웨지로 겨우 공을 빼내는 데 성공한 이승택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반면 고군택은 티샷을 안전하게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뜨린 뒤 두 번째 샷을 그린 바로 앞으로 보냈다. 3.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췄지만 이승택이 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고군택의 우승이 확정됐다.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한 고군택은 통산 4승 가운데 이번 대회 포함 최근 3승을 모두 연장에서 이겨 ‘연장전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