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력확장·이란 위협 견제 위한 중동구상 토대
사우디, '팔레스타인 국가' 향한 경로 요구…네타냐후가 변수
대선 앞 치적 급한 바이든,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재추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에 다시 외교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일단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국가로 인정받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를 몇 달 내에 끌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신규 조치 ▲ 민간 원자력 발전 인프라 지원 ▲ 이란의 미사일·드론에 맞설 방어체계 강화 등을 합의 대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들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계획은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위한 외교적 치적 만들기 차원으로 관측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는 중동 평화안을 넘어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의 중동 내 세력확장을 막을 토대이기도 하다.

미 당국자들은 중동 내 자국 최대 우방들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면 중국 영향력이 억제되고 이란 고립이 심화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는 미국의 새 중동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자 화룡점정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에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이스라엘간 수교를 각각 성사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애초 작년 말을 목표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같은 이슬람권에 있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격렬한 공격을 받는 데 반발해 협상이 중단됐다.

전쟁을 부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대선 앞 치적 급한 바이든,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재추진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구상이 성공할지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의 태도가 거론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안보를 저해한다며 일단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연립정권의 주축인 극우, 유대교 초정통파는 성경에 기록된 '약속의 땅'에 팔레스타인 국가가 들어설 가능성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완전히 해체한 뒤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하마스 전면 해체는 언제 끝날지를 떠나 달성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 후 새 질서 구축을 위해 제시하는 '두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도 거부한다.

두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를 통해 서로 국가임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접근법이다.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들은 두 국가 해법을 대체로 반겼으나 가자지구 전쟁 이후 싸늘한 여론 속에 회의적으로 돌아섰다.

올해 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교인 59%가 아랍권과 평화 합의를 위한 것이더라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이어지는 합의에는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수십년 동안 우선순위로 지지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두국가 해법으로 가는 경로를 만들어줄 것을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와 관련한 새로운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을 구두 형태로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미 당국자들에게 전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 설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가 안보에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13∼14일 이란의 미사일, 드론 공습을 아랍국을 비롯한 다국적 협력을 통해 방어한 사실에서 보듯, 이스라엘의 대이란 안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더 가까운 관계를 통해 증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여론 지지도가 높은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를 지지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경쟁자인 간츠 대표는 이달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 온건한 아랍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가자지구 구호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