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프로젝트·중기융자 및 대학 협력도 추진키로
이탈리아, 튀니지와 '아프리카발 유럽행 이주 억제' 협약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방문해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과 아프리카발 유럽행 이주를 억제하기 위한 경제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지도자는 이날 5천만유로(약 735억원) 상당의 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중소기업 융자, 대학 간 협력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탈리아는 특정 분야에서 직업 훈련을 거친 튀니지인 1만2천명에게 거주 허가도 내주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회동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튀니지가 다른 아프리카 국민의 이주를 위한 도착지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과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에드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가 이주를 위한 정착지 또는 경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올해 1월 29일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이탈리아가 유럽과 아프리카의 가교 역할을 맡는 내용의 외교 전략인 '마테이' 계획을 발표했다.

이 외교 전략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몰려오는 아프리카발 이주를 억제하려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멜로니는 마테이 계획을 공개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에 55억유로(약 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정책 기조하에 작년 여름에 튀니지를 세 차례 방문했다.

이를 통해 작년 7월에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튀니지가 유럽행 이민을 억제하는 대가로 유럽연합(EU)이 1억500만유로(약 1천544억원) 상당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협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반면 다수의 유럽의회 소속 정치인들은 2021년 권력을 잡은 뒤 권위주의적 통치를 펴고 있는 사이에드 치하의 인권 및 자유 침해 사례를 거론하면서 협정을 비판했다.

튀니지는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들에게 주요 경유지다.

튀니지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려다가 적발된 자국민 수만 해도 7만명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