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시에 한국작가 4명이 한꺼번에 초청된 것은 2003년 구정아와 김소라, 김홍석, 장영혜중공업, 주재환 등 5명(팀)이 초청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주제로 내건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예술감독은 올해 전시에서 퀴어 작가,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작가, 선주민 작가, 이민자 작가 등에 초점을 맞추며 생존 한국 작가 중 김윤신(89)과 이강승(46)을 선택했다.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남미를 중심으로 40여년간 활동해 왔고 이강승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주류에서 비켜난 존재들에 주목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들이다.
한국 작가 작품은 모두 자르디니에 있는 중앙관에 자리를 잡았다.
김윤신의 작품으로는 작가가 평생 주력한 나무 조각 중 1979∼1986년 작업과 1991∼2001년 작업한 돌(오닉스) 조각이 출품됐다.
모두 작가가 1970년대 후반부터 일관되게 작품 제목으로 쓰고 있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작품이다.
구순을 앞두고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김윤신 작가는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면서 "일(작업)만 하느라 비엔날레 이런 것은 잘 모르고 살았다"고 비엔날레 참여 소감을 전했다.
김 작가는 "젊었을 때는 그저 작업에 빠져서 살았지만 이제는 이 세상에 김윤신이라는, 나라는 존재를 작품을 통해 내놓겠다는 결심이 생겼다"면서 "이제부터가 시작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강승 작가의 작품은 전시장 한 공간의 바닥과 벽을 오롯이 채웠다.
성소수자 역사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 온 이강승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으로 사망한 이들을 설치 작품, 잊히고 의도적으로 지워진 이들을 양피지 그림과 금실자수, 미국 알파벳 수화 등으로 형상화한 신작 등을 내놓았다.
이강승 작가는 "이번 전시는 주제(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부터 퀴어, 한국 밖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개인적으로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지난해 3월 (본전시에) 일찍 초대받아 일찍 전시 준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전시 주제에 대해 "우리 모두가 지구상에 왔다가 떠나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느껴보자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덧붙였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소개된 것도 이번 본전시 특징 중 하나다.
한국 작가 중에도 이쾌대(1913∼1965)와 월전(月田) 장우성(1912∼2005) 작품이 소개됐다.
이쾌대의 1940년대 작품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과 장우성의 1943년작 '화실'은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를 포함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서구 선진국, 식민 지배국 중심의 '글로벌 노스'에 대응하는 개념)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작가 112명이 1915∼1990년 작업한 초상 작품을 소개하는 '초상'(Portrait) 섹션에 포함됐다.
이밖에 1975∼2023년 39명 작가(팀)의 영상 아카이브 프로젝트 '불복종 아카이브'(Disobedience archives)에는 한국 작가 듀오 '믹스라이스'의 2016년 작품 '21세기 공장의 불빛'이 포함됐다.
한편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는 유명한 '주류' 작가들 대신 선주민 작가, 독학 작가 등 '낯선' 이름의 작가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상당수 작가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전시에 처음 참여했다.
전시의 성격은 본전시가 진행되는 자르디니 구역의 중앙관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드러난다.
자르디니 구역의 중앙관 외벽은 원래 단순한 흰색이지만 올해는 2013년 결성된 브라질 작가 그룹 마쿠(MAHKU)가 페루와 브라질 국경 지역의 신화를 소재로 그린 화려한 색색 벽화로 장식됐다.
아르세날레 전시장도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마타호 컬렉티브'의 대형 설치 작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올해 전시주제이기도 한 작가집단 '클레어 퐁텐'의 네온 작업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도 역시 두 곳 전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1840),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1908), 외젠 이자이(Eugène Ysaÿe, 1858-1931)와 마찬가지로,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 1875-1962) 역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바이올린 작품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곡가였다. 크라이슬러의 작품들에서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정서, 그리고 바이올린이 지닌 우아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187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비엔나 음악원과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했지만, 의사였던 부모님의 권유로 한때 비엔나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음악의 길을 선택했고, 세계적인 연주자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크라이슬러는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장교로 참전했다. 전쟁 중 부상을 입고 군을 떠난 그는 베를린과 파리에서 활동하며 정치적·사회적 불안정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미국으로 건너간 크라이슬러는 1943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그가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쌓아온 다양한 삶의 경험은 그의 음악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크라이슬러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는 ‘사랑의 기쁨(Liebesfreud)’과 ‘사랑의 슬픔(Liebesleid)’이 있다. 이 두 곡은 ‘아름다운 로즈마린(Schön Rosmarin)’과 함께 <세 개의 비엔나 옛 춤곡집(Three Old Viennese Dances)>에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렌틀러(Ländler)라는 양식을 바탕으로 작곡되었다.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스위스에서 유행
“제철 음식은 보약이지.” “제철 음식은 살 안 쪄.”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 일부가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는 영상이 나오자 지켜보던 다른 출연진들이 한마디씩 얹었다. 세 사람은 언뜻 보기에도 상당한 양의 새조개를 연신 흡입했다. 초가공식품과 배달 음식에 지친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동원된 제철 새조개와 제철 미나리. 맛있겠다, 군침을 삼키다가 멈칫했다. 내 기억 속의 제철 음식과는 어딘지 다르게 느껴져서다. 언제부터인가 제철 음식은 ‘계절이 바뀌면 꼭 맛봐야 할 트렌디한 음식’으로 의미가 변한 듯하다.어릴 적, 봄볕이 본격적으로 느껴질 무렵이면 쑥이며 냉이며 달래 같은 봄나물들이 밥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데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는 봄나물의 강렬한 향과 풋내를 머금은 맛이 내게는 제철 음식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계절의 자연을 고스란히 품었다가 우리 몸에 그대로 전해주는,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아무 때나 먹을 수는 없던 음식.그런 의미의 제철 음식을 추억하게 해주는 책이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미즈카미 쓰토무의 에세이 <흙을 먹는 나날>이다. 베스트셀러 요리 만화 <맛의 달인>에서 주인공 야마오카 지로가 “지금 읽을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음식 책”이라고 극찬해 유명해졌다. 미즈카미 쓰토무는 가난으로 인해 어릴 때 출가해 10대 후반까지 절에서 생활하며 주지스님의 시중을 드는 전좌 역할을 했고, 스님의 식사를 챙기면서 정진 요리, 즉 사찰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절밥이 화려할 리 없고 가난한 절에는 더더욱 식재료가 부족하니 없는 재료를 ‘쥐어짜듯’ 찾아내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자연히 밭에 무엇
*해당 칼럼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배우 이정은, 긴 기다림 끝에 빛을 보다매일 지나다니는 똑같은 길에서 유난히 고운 돌 하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매끄럽고 부드러운 돌을 어떻게 모두가 그냥 지나쳐 갔는지 의문이 생기지만, 그 돌은 사실 그 자리 그곳에서 오래도록 바람을 견디고 눈과 비를 맞으며 부지런히 자신을 다듬고 기다리다, 이제서야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닐까.심장이 나대는 통에 대사 한마디 제대로 못 했던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 시절부터, ‘마더’, ‘변호인’, ‘카트’를 거쳐 2015년 ‘오 나의 귀신님’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까지, 배우 ‘이정은’은 그렇게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언젠가는 누군가의 눈에 띄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끝에, 이제 그녀의 시작이었던 대학로 연극 무대를 넘어 영화와 TV를 오가며 우리의 곁에서 존재감을 빛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추운 날씨에도 드라마 ‘백번의 추억’ 촬영으로 바쁜 이정은 배우에게 아르떼 독자분들께 소개할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부탁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요청을 수락해 준 그녀는, 노을 속 왈츠를 추는 두 사람 사이로 흐르던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추천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한다던 연인들의 이야기. 윤회와 전생을 배경으로 운명적 사랑을 얘기했던 2001년 개봉작 ‘번지 점프를 하다’의 삽입곡이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사랑이 사라진 시대에 다시 보는 사랑 이야기순수 청년 인우(이병헌)의 우산 속으로 태희(이은주)가 뛰어 들어가면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