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지점 인력을 대폭 확충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정적인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다퉈 인력 확대

JP모간·BNP·중국건설은행…韓서 몸집 불리는 외국계 은행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외국계 은행 35곳의 총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301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 67명, 2년 새 134명 늘었다. 외국계 은행들은 2017년(3039명) 이후 지속적으로 감원해오다 최근 다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국내 진출 1호 외국계 은행인 JP모간의 경우 총직원이 지난해 말 기준 200명에 달했다. 2010년 100명을 넘어선 뒤 13년 만에 인력 규모를 두 배로 키운 것이다. 1976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도 작년에만 13명을 충원했다.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직원(142명)을 두고 있다.

세계 최대 협동조합 금융그룹 크레디아그리콜, 싱가포르개발은행, 네덜란드에 본점을 둔 ING,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 등도 역대 최다 인력을 꾸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은행업을 감안하면 외국계 은행들의 공격적 인력 확대는 상당히 이례적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손실을 낸 크레디트스위스를 비롯해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야마구찌 등 6개 외국계 은행만 지난해 전년 대비 인력을 감축했다.

○매력 높아진 韓시장…실적도 高高

최근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는 것은 그동안 주목해온 중국 금융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성장성마저 둔화하면서 리스크가 적고 역동적인 한국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최근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주로 확충했다”며 “통상 한국 지점 인력이 많지 않은 외국계 은행의 경우 각 직원이 영업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하는 구조인데, 이를 분리하기 시작한 것은 본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 실적이 개선되는 점도 인력 확충 요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손실을 낸 크레디트스위스를 제외한 외국계 은행들의 작년 순이익은 1조5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4680억원)보다 884억원 늘어난 규모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외화 조달 금리가 상승한 탓에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이자이익은 소폭 줄었지만,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증가했다.

외국계 은행 중 작년에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곳은 홍콩상하이은행(2634억원)으로 나타났다. 일본 MUFG, 미즈호가 141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공상은행(1258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1182억원) 등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른 변수가 있겠지만 외국계 은행들의 덩치는 계속 커질 것”이라며 “금융당국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규제와 인프라를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