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모니터에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0.80포인트(2.28%) 내린 2609.63에, 코스닥은 19.61포인트(2.30%) 내린 832.81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오른 1394.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미 달러의 강세 움직임이 커졌다. 외환당국이 오후들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1차 저항선이었던 1380원을 넘어선 만큼 단기적으로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은 이날 전장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개장해 오전 11시30분 1400.0원을 돌파했다. 장중 1400원대에 들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최근 환율 상승 요인은 복합적이다.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여파로 인해 낮아진 미국 중앙은행(Fed)의 6월 금리인하 가능성과 더불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이 달러화 강세폭을 확대시켰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21.4% 정도로 보고 있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정책의 탈동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현 수준의 달러-원 환율 용인 시사 발언 그리고 유가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날 급등했다”고 설명했다.다만 이날 외환당국이 오후 들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1390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1390원대 초중반까지 레벨을 낮췄다.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 55분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유가 추이가 이번주 글로벌 외환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는 14일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 이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여부를 상징하며,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박상현 애널리스트는 “만약 이번 사태가 유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달러 추가 강세는 물론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및 이란은 추가 충돌을 경계하는 듯한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의 또 다른 대이란 보복 공격 여부가 변수”라고 밝혔다.그는 “원화 가치가 유독 유가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은 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절적 상승 요인이 해소된 뒤에도 Fed의 금리 인하는 3분기 경으로 밀리고 금리 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4분기 미국 대선 경계감도 유효하다”고 전했다.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금융당국이 '중동 발(發) 지정학 리스크'에 국내 은행들을 소집해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16일 은행연합회에서 국내 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CRO)들과 간담회를 열고 "연초 예상과 달리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대외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자금조달 계획을 재점검하고 선제적인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등을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에 대해 '고통스러운 보복'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장중 한때 1400원선을 넘어섰다. 이에 외환당국은 곧바로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 급등을 경계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3고(高)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금융시장과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검하면서 필요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에 대해서도 시장 안정과 원활한 자금 순환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한편 금감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과 관련해서도 은행들에 향후 각 대주단이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진행하게 될 때 원활한 자금 공급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없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중앙은행에겐 모두 도전적인 기간이었습니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퇴임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취임한 조 위원은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조 위원은 "첫 1년의 과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고, 지난 2~3년간은 30년만의 고물가를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키는 것이 한은에 주어진 최대의 의무였다"며 "그 일을 얼마나 충실히 했느냐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특정한 주제 없이 기자들과 조 위원 간 자유로운 질의 응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1400원 위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조 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좋아지고 있고, 전반적인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아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로 인한 고환율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금리차 이외에도 다른 많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기대심리 등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접근할 수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환율이야말로 경제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분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위원은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힌다. 4년 간의 금통위 회의에서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고, 금융중개대출 지원 확대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퇴임을 4일 앞둔 이날도 조 위원은 "금리를 서둘러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물가에 관해서도 "빨리 내릴수록 누적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통화가치가 안정된다"며 "욕심 같아선 더 빨리 내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금통위원이 아니라 전직 주미대사로 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2017~2019년 주미대사를 지냈다. 조 위원은 "우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 4년을 경험해봤다"며 "(트럼프 2기가 출범하더라도) 특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미국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하다"며 "크게 우려할 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위원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 직업은 학자라고 생각한다"며 "책읽고 공부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면서 지내겠다"고 말했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