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이미지' 불식 시도…민심 회초리에 비유하며 '자성 모드'
'민생·민심' 14회 언급…'체감부족' 지적하며 정책 보완 시사
민심에 몸 낮춘 尹대통령…국정운영에 '대국민 소통'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4·10 총선 패배로 드러난 민심을 향해 몸을 낮추면서 국정 쇄신의 첫 단추로 '소통' 강화를 내세웠다.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꼽았던 만큼 이를 개선해 민심과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의 첫머리에 강조한 대목이 바로 소통이었다.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습니다"고 한 부분이다.

총선 후 엿새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집권 여당의 패배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이와 함께 '민생'과 '민심'도 강조했다.

생중계로 공개한 12분의 모두 발언에서 두 단어는 14차례 등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비공개회의 부분에서도 이번 총선 결과를 분석하며 "그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그동안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국민 사이에서 쌓이는 불만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인 셈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민심을 '사랑의 회초리'로도 비유하며 자세를 낮췄고, 가장 큰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도 했다.

민심에 몸 낮춘 尹대통령…국정운영에 '대국민 소통' 강조
소통의 또 다른 축인 차기 국회를 향해서도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입법이 수반되는 각종 국정과제 및 민생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입법권을 쥔 거대 야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구하는 회담에도 대통령실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회담을 거부했던 총선 전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다.

다만, 민주당 등 야당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여당을 포함한 개념인 국회 차원의 협력만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이한 만큼 다소 전향적인 '협치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정 운영 방식에 소통을 강조했지만, 핵심 국정 과제를 비롯한 국정 기조의 방향의 큰 틀은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여론 수렴을 전제로 노동·교육·연금·의료개혁의 계속 추진 의사도 밝혔다.

이 때문에 차기 국회에서 범야권이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반하는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쉽사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심에 몸 낮춘 尹대통령…국정운영에 '대국민 소통' 강조
한편,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전까지 모두발언 원고를 직접 손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키워드로는 '국민'(22회), '정책'(11회), 경제(8회) 등이 등장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발언의 상당 부분을 그간 정책들 소개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물가 관리, 건전 재정 기조, 공매도 금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 상향, 기업 벨류업 지원 등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이러한 정책이 닿지 못한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이 또한 대국민 소통 강화를 중심으로 한 국정 기조와 맥이 닿는다.

이를 위해 그간 24차례 개최했던 민생 토론회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