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16일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2.68% 내리며 8만원에 턱걸이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 속에서 삼성전자에 약 한 달 동안 '러브콜'을 보내온 외국인이 '팔자'로 핸들을 돌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2200원(2.68%) 밀린 8만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로는 힘겹게 8만원에 턱걸이했지만 주가는 장중 한때 7만94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주가가 장중 8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주가 급락은 간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약세를 띤 영향으로 풀이된다. 밤 사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39% 밀린 4679.1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2.48% 내린 860.01달러에 장을 마쳤고 브로드컴(-2.48%), AMD(-1.81%), 마이크론 테크놀로지(-0.94%)도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큰 타격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그간 삼성전자 주가를 떠받치던 외국인들이 '팔자'세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달 19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된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사자' 행렬도 약 한 달여 만인 전날 마침표를 찍었다. 다만 이날은 1073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다시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10.5원 오른 1394.5원에 장을 끝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원 넘게 급등하며 17개월 만에 140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장중에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대형 반도체주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영향으로 오후 2시30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290억원어치로 가장 많이 팔았고 삼성전자도 28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들의 순매도 1, 2위 종목도 삼성전자(1179억원)와 SK하이닉스(342억원)로 집계됐다.

외국인 입장에선 환율이 상승 흐름을 보이면 환차손 부담이 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소식조차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묻혔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스1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스1
증권가의 줄이은 낙관에 '10만 전자' 꿈에 부풀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앞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10만원대 목표가를 제시하며 낙관론을 폈다. 이달 들어서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보다 높인 곳만 13곳이다. 이 가운데 제시한 목표가가 10만원 이상인 곳은 11곳에 달한다.

포털 등의 삼성전자 종목 토론방에는 "내가 꽃게전자(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을 뜻한 표현)를 몰라봤네, 또 나만 속았다", "지난주 삼성전자 판 게 신의 한 수였다", "파랗게 질린 창을 보니 안 판 내 손가락이 원망스럽다" 등 의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삼성전자는 장기투자용이니 오늘 하락은 바겐세일"이라면서 '줍줍'(저렴한 값에 매수)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게 포착됐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