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부산 한 대학병원 설문조사…"장시간 근무, 휴식 보장 안 돼
"의정 갈등에 '워킹맘' 대학병원 교수, 가정생활 어려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길어지는 가운데 전공의의 집단 이탈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워킹맘' 여성 교수들이 가정생활에 고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교수 34명을 상대로 최근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근무 환경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에는 30대 11명, 40대 12명, 50대 1명 등 24명이 참여했다.

먼저 '의대 교수로서의 일상이 가정생활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과 함께 1점(그렇지 않다)부터 7점(그렇다)으로 나타내는 조사에서 19명(79.1%)이 5점 이상이라고 답했다.

'5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19명 가운데 13명은 자녀가 있었다.

실제 이들은 아침 출근 전 자녀와 대화하는 일수를 묻는 말에 0일이 9명(64.9%)으로 가장 높았으며 1일 1명, 2일 3명, 3일 1명이었다.

"의정 갈등에 '워킹맘' 대학병원 교수, 가정생활 어려워"
이들은 가정생활이 어려운 이유로는 장시간 근무, 야간 당직 근무, 주말 당직 근무, 빠른 출근 시간 등을 꼽았다.

지난 한 달간 근무 시간이 52시간 이상인 근무자는 19명(79.2%)이었으며 이 가운데 80∼100시간도 7명(29.2%)에 달했다.

당직과 외래 등으로 24시간 근무를 한 19명 가운데 16명(84.2%)은 다음날 휴식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사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묻는 말에 대해 1점(그렇지 않다)에서 7점(그렇다)까지 나타내는 조사에서 17명(70.8%)이 5점 이상이라고 답했다.

"의정 갈등에 '워킹맘' 대학병원 교수, 가정생활 어려워"
전의교협은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전국에 있는 여성 교수들에게 같은 내용의 설문 조사를 한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 교수는 모성보호 관련법을 적용받는 것이 사치라고 여기며 일해왔는데, 현장에서 의료 공백이 심화하면서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 보건관리자가 교수들의 근무 여건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 유기이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