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휴대전화로 한밤중 보복 개시 확인…"전쟁 두렵다" 호소
한편에선 "이스라엘에 죽음을" 외치며 군사 대응 환영
주유소엔 긴줄, 학생들은 결석…이란 국민 확전 위기에 조마조마
"전쟁이 두렵습니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죽음을."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에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사상 처음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한 가운데, 이란인들은 이번 보복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이며 일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이란 국민 중 일부는 이번 공격이 불러올 수 있는 격변을 두려워하고, 또 다른 이들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등 의견이 분열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NYT에 따르면 공격이 단행된 13일 밤, 대부분의 이란인들은 TV와 휴대전화 뉴스를 통해 자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란 국민들은 이번 공격으로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테헤란을 비롯한 여러 대도시의 주유소 앞에는 기름을 얻으려는 차량 대기 행렬이 1마일(1.6㎞)을 넘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소리(VOA) 등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날 한밤중에도 테헤란 시내의 주유소 앞에 줄을 선 차량의 행렬이 차로 하나를 완전히 차지한 채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이란에서는 일요일이 휴일이 아니지만, 일부 부모들은 일요일인 14일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테헤란 공항도 폐쇄됐다.

공항은 적어도 15일 아침까지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민들은 이스라엘과의 대립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양측이 자제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름이 소헤일이라고 밝힌 한 37세 엔지니어는 NYT에 이날 직장에서 분쟁 확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동료들과 나눈 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전쟁이 두렵다"라며 "전쟁은 우리의 일상생활, 특히 경제와 달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불안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유소엔 긴줄, 학생들은 결석…이란 국민 확전 위기에 조마조마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을 제거하고 이란 지도부가 보복을 천명하자 이란 통화인 리알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

보복 공격이 단행되자 리알화는 사상 최저치로 급락했다.

테헤란에 사는 고등학교 교사 나피세흐(36)도 "10대들, 교사들, 가족들 모두 전쟁과 공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를 지지하는 수백명은 공격 당일 테헤란 중심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 모여 정부의 군사적 대응을 환호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불꽃을 쏘아 올렸다.

광장의 대형 벽화에는 페르시아어와 히브리어로 "다음번 타격은 더 셀 것이다"라는 문구가 몸통에 새겨진 이란제 미사일이 그려져 있었다.

지지자들은 14일 밤에도 광장에 모여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소셜미디어에도 이란이 전쟁에 나선다면 무조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토목 기술자인 레자 라시드푸르는 소셜미디어에 "외국의 적이 개입했을 때, 명예라는 것은 목숨을 희생에서라도 조국의 편에 서는 것을 말한다"라며 "이란 만세, 이란 군인 만세"라고 적었다.

그러나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은 이번 공격이 일반 국민에게는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많은 이란인들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와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이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간 반정부 시위에서 "가자에는 안 된다, 레바논에는 안 된다, 내 삶은 이란에 있다"라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케르만에 사는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 알리(53)는 이란의 존립이 '위기'에 있다며 "지금 그들은(정부는) 생존을 위해 전쟁과 위기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