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해외 시장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국내 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야심차게 사업 확대에 나섰지만 현지 이용자를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 잇단 철수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인 우아브라더스베트남 사업을 종료했다. 베트남에서 음식 배달 플랫폼을 운영했지만 경쟁 서비스인 그랩 등에 밀려 고전하다가 5년 만에 철수했다. 배민 관계자는 14일 “하노이 호찌민 등 10여 개 도시에 진출했지만 대규모 마케팅비를 쓰면서 손실을 봤다”며 “글로벌 배달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시장이라 자리잡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베트남 음식 배달 시장 점유율은 그랩이 45%로 1위, 쇼피푸드가 41%로 2위다. 현지에서 밀키트 배달과 장보기 서비스를 내놨던 배민의 유통서비스업 법인 WBV리테일도 사업을 접었다.
현지화 실패…배달의민족·토스, 해외사업 접었다
토스도 싱가포르에 설립한 토스사우스이스트아시아를 지난해 닫았다. 동남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 헤드쿼터로 해외 법인을 관리하기 위해 2022년 세웠는데 1년여 만에 폐업했다. 토스는 2019년 만보기형 리워드 서비스로 베트남에 진출해 300만 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정착엔 실패했다. 베트남 정부와 중앙은행 규제로 인해 신규 서비스 출시도 막혔다. 2022년 토스 베트남법인의 총포괄손실은 10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초 해외 세무시장을 선진화하겠다고 나섰던 세무플랫폼 삼쩜삼은 반년도 안 돼 영국법인을 철수했다. 중고거래 앱 당근은 지난해 한국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캐나다와 일본 법인은 각각 74억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고전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도 일본과 싱가포르, 미국에 진출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맞춤형 전략 필요”

한국과는 다른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성공방정식에 기대는 바람에 현지 이용자를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선 모바일 전환 시기에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덩치를 키워온 다른 글로벌 플랫폼기업과의 경쟁에선 밀렸다. 금융, 세무업 등은 정책과 규제 영향이 큰데도 해외 정부와의 정책 조율에 서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 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가 빠르게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허다하게 봤다”며 “아무리 좋은 사업 모델이 있더라도 법무와 세무 문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벤처캐피털(VC)의 해외법인장은 “동남아에 진출한 스타트업은 ‘왜 트래픽은 나오는데 돈은 안 벌리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소득 수준과 구매력이 낮기 때문”이라며 “헬스케어, 패션, 게임 등 생계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산업은 결제 문턱이 높아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유니콘기업이 연달아 해외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들 기업의 외형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에서 사업을 더 키우려면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는데 해외 경쟁 업체들에 밀리면서다. 일각에선 국내 플랫폼기업들이 좁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에 몰입하다가 ‘제살 깎아먹기’만 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