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개인택시 면허(번호판)가 2억원대에 거래되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개인택시 면허 취득 기준을 완화하고, 의무 휴업제를 없애는 등 규제를 푼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면허 신규 발급이 중단되다시피 하고, 택시 플랫폼들이 몰락하면서 기존 면허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공급은 동결, 수요는 증가

치솟는 택시 면허값…수도권 2억도 뚫렸다
14일 택시 번호판 거래 플랫폼인 남바원택시에 따르면 경기 양주시의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최근 2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에 비해 5000만원 올랐다. 화성시와 이천시에서도 개인택시 ‘번호판’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시(1억900만원)와 인천시(1억1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파주시 면허 시세는 1억9500만원, 평택은 1억9400만원, 김포·하남도 각각 1억9000만원으로 2~3년 전에 비해 20~30%씩 올랐다.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거나 삼성반도체·SK하이닉스 등 대형 산업단지가 들어선 지방자치단체에서 특히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대표적인 곳이 양주시다. 양주에선 옥정·회천지구 등 ‘2기 신도시’가 조성 중이다. 2019년 22만2300명에 수준이던 인구는 지난달 말 27만5200명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개인택시 면허 수는 280여 대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동탄2신도시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화성시도 택시 면허 값이 오르는 지역이다. 최근 5년간 이 지역엔 약 13만 명이 유입됐다. 이천은 신도시가 없지만 SK하이닉스 본사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택시총량제에 따라 경기도 31개 시·군도 서울시, 인천시와 마찬가지로 각각 택시 총량과 면허를 관리한다.

경기도에서 택시 면허 값이 가장 싼 곳은 광명시다. 양주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최근 7500만원에 개인택시 번호판이 거래됐다. 4년 전 7200만원에서 3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 도시별 시세는 서울과의 거리에 좌우된다. 가까울수록 싸고, 멀수록 비싸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시 면적이 좁고 서울에 가까우면 단거리 손님이 많고 서울지역의 택시와 경쟁해야 하므로 가격이 싸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별 강제 휴무일 유무, 기사의 거주 조건 등도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경쟁자 없어 ‘고공행진’

지자체들이 도시의 성장에 발맞춰 택시 운영대수를 늘리지 못하는 것은 기존 사업자의 반발 탓이 크다. 4~5년에 한 번씩 택시총량제 지침을 바꿔서 운영대수를 조절하는데, 그나마도 필요한 만큼 늘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도시 주민 민원 때문에 택시를 늘리고 싶어도 기존 사업자의 반발이 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번호판 프리미엄을 지켜주고 있다. 2021년 개인택시 양도·양수 규제를 완화한 것이 한 예다. 기존엔 법인택시 경력자만 개인택시 면허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무사고 경력 5년’만 갖추면 면허를 소유할 수 있다. 정부는 택시기사 고령화를 해소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번호판 수요를 늘렸다. 비슷한 시기에 지자체들이 택시 강제휴무 제도(이틀 근무하면 하루 휴무)를 폐지한 것도 수입 증가와 면허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졌다.

본질적으로는 경쟁이 제한된 환경 자체가 문제다. 정치권은 앞서 타다, 우버 등의 택시 플랫폼 사업 진출을 잇달아 주저앉히거나 제한적으로만 허용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2020년 타다 금지법(여객운송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플랫폼 택시업계 전반이 위축됐고, 기존 면허 소유자들이 가격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