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국정 쇄신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통령실을 향한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총선 참패의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스타일에 있다며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각 총사퇴, 야당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법 찬성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이 참패한 데는 ‘용산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이종섭 전 대사 관련 논란 등에 대한 민심의 심판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 용산 탓만 할 게 아니라 뼈저린 반성부터 하는 게 순리다. 국민의힘은 총선 과정에서 ‘이·조 심판’만 외치며 과거 지향적으로 갔을 뿐, 역동성 있는 미래 아젠다를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 그나마 야당과 차별화한 정치 개혁 방안도 초반 반짝하다 흐지부지됐다. 보수 정당의 매력도를 높이는 노력도 보이지 못했고, 퍼주기 경쟁에 동참해 야당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공천도 ‘무난’ ‘안정’에 치중하면서 참신한 인물 발굴에 실패해 감동·쇄신을 찾기 어려웠다. 친윤 중진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했고, 쇄신에 앞장서야 할 초선들은 계파 앞잡이 노릇 하기 바빴다.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비상대책위 체제 세 번을 포함해 지도부가 다섯 번 바뀌는 게 정상적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무엇보다 ‘집권당다움’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조기 전대냐, 비대위냐를 두고 벌써부터 친윤-비윤 다툼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와 더 강력해진 야당과 마주해야 할 상황을 보면 그럴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대패 원인을 냉철하게 담은 백서라도 내고 국정과 민생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부터 단단히 다져야 한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국정을 충실히 뒷받침해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남은 임기 3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정상 작동하기 어려운 만큼 정교한 대야(對野) 협상 전략도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참패에도 웰빙에만 안주하고, 집권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 끝은 낭떠러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