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예고합니다'
[신간] 펜타닐 위기 시작점엔 이 가문이 있었다…'페인킬러'
▲ 페인킬러 = 배리 마이어 지음. 장정문 옮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펜타닐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계열로 강한 중독성과 환각 효과가 있다.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7천여 명 가운데 3분의 2가 펜타닐이 원인이었다.

현재 펜타닐로 대표되는 오피오이드 중독 사태의 시작은 옥시콘틴이란 마약성 진통제였다.

책은 옥시콘틴 남용과 이를 판매한 제약회사 퍼듀 파마, 이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의 감춰진 세계를 폭로한다.

제약 회사의 탐욕,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술한 규제, 잘못된 의료 관행을 낱낱이 고발해 탐사 저널리즘의 역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선보인 동명 드라마 원작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가 집필했다.

새클러 가문은 201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목록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문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하버드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 연구소, 대학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는 예술계와 학계의 큰 손이었다.

부를 축적한 기반은 퍼듀 파마가 개발한 옥시콘틴이었다.

책에 따르면 퍼듀 파마는 공격적인 로비와 마케팅으로 중독성 실험 없이 1995년 중증 통증 치료용으로 옥시콘틴 사용에 대한 FDA 승인을 받아냈다.

옥시콘틴 매출은 출시 첫해 4천900만 달러(약 660억원)에서 2002년 16억 달러(약 2조1천500억원)로 급증했다.

그러나 옥시콘틴 중독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며 2010년대 중반부터 수천 건의 피해 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결국 새클러 가문은 2019년 회사의 파산 신청을 하고 경영권과 지분 포기 의사를 밝히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새클러 가문 삼형제의 맏형인 아서 새클러는 자식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너희가 들어왔을 때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라." 책은 오피오이드 위기가 세계적인 고통을 야기하는 상황을 볼 때 이보다 더 위선적인 말이 있겠느냐고 비판한다.

소우주. 252쪽.
[신간] 펜타닐 위기 시작점엔 이 가문이 있었다…'페인킬러'
▲ 내일을 예고합니다 = 고쿠요 요코쿠연구소·주식회사 리퍼블릭 지음. 제준혁 옮김.
고쿠요는 1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문구류 및 오피스가구 제조회사다.

40년 전부터 라이프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연구해오며 요코쿠(예고)연구소를 설립했다.

문구와 오피스가구가 살아가는 모습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요코쿠연구소 등이 펴낸 책은 베트남, 인도, 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삶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사례를 창업자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한국의 해녀의부엌은 생선 위판장이던 창고를 활용해 2019년 문을 연 제주의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선 해녀들의 삶을 담은 공연을 선보이고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식사를 제공한다.

해녀 집안 출신인 김하원 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고향에 정착해 창업했다.

이 공간은 해녀들의 삶과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베트남의 댓푸드는 취약계층인 농업 종사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정당한 수익을 얻도록 돕는 회사다.

댓푸드의 인턴 프로그램은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먼저 찾도록 한다.

영업, 개발 등 각 부문 트레이닝 과정을 경험하며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발견하도록 한다.

이밖에도 책은 물류를 통해 인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린 샵키라나, 지역의 고유성을 가꾸어나간 대만의 식문화 축제 '타이둥 슬로푸드 페스티벌', 지역 마을에 뿌리를 두고 17개 사업을 하는 일본의 아일랜드컴퍼니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북스톤. 232쪽.

(계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