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가변하는 소장품'展
전시할 때마다 달라진다고?…'가변하는' 미술품들
그림이나 조각 등 전통적인 미술품들은 고정된 형태가 있어 전시가 끝난 뒤에도 변함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미술품들은 전시가 끝나면 물리적인 형태가 사라지기도 한다.

물리적인 형태는 있지만 전시가 끝나면 해체돼 보관되거나 눈으로 볼 수 없는 소리나 향 자체가 작품인 경우도 있다.

설명문에 '가변 설치'나 '가변 크기'라는 설명이 들어가는 이런 작품들은 다음 전시 때 작가가 제시하는 매뉴얼에 따라 다시 제작돼 새롭게 관객들을 맞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가변하는 소장품' 전은 제목 그대로 '변할 수 있는' 소장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다.

이주요의 '파이브 스토리 타워'는 '전시가 끝난 뒤 작품들은 어디로 가나'는 물음에서 시작한 작품으로, 전시가 끝난 뒤 갈 곳을 찾지 못한 작품의 유통, 보관, 폐기 문제에 일종의 대안을 제시한다.

5층 높이 구조물 각 층에는 정지현, 박지혜, 황수연, 이주요의 작품이 놓였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19' 전시에 출품됐던 것으로, 당시엔 5층 높이로 전시됐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분리된 형태로 소개된다.

전시할 때마다 달라진다고?…'가변하는' 미술품들
홍승혜의 '파편'은 정해진 형태가 없는 작품이다.

작가가 만든 기존 작품에 있는 도형들에서 잘라낸 일부를 건축 자재에 전사한 것으로, 32개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진 알루미늄 파이프들은 정해진 형태 없이 바닥에 그대로 놓을 수도, 쌓아서 설치할 수도 있다.

안규철의 '둘의 엇갈린 운명'은 크기가 각각 다른 기둥 선인장 3개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조각 작품이다.

점토 모델링, 실리콘 거푸집 제작, 브론즈 캐스팅, 아크릴 채색까지 2개월 정도가 걸리는 사이 모델이 됐던 3개 선인장이 자라면서 브론즈로 완성된 선인장 조각과는 길이에 차이가 생겼다.

첫 전시 때는 이렇게 브론즈로 재현된 선인장과 살아있는 원래의 선인장을 나란히 전시해 원형과 복제품의 차이를 보여줬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 모델이 됐던 살아있는 선인장은 사라지고 복제품만 남았다.

전시할 때마다 달라진다고?…'가변하는' 미술품들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한 향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인환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2009)이다.

서울에 있는 게이바와 클럽 이름을 향가루로 바닥에 쓰고 이를 전시 기간 태우는 작품이다.

서울 버전을 포함해 일본 나고야, 덴마크 코펜하겐 등 여러 도시 버전이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각 도시에서 소외된 공간을 환기한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남은 잿가루가 소각돼 아무것도 남지 않고 작가가 제공한 설치 매뉴얼로만 보관된다.

전시는 7월21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