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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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전국에 설치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최근 5년 새 1만 개 넘게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와 계좌이체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막대한 유지 비용 탓에 점차 ATM을 줄여나가려는 은행과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동네 ATM 하루 4개씩 줄어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이 전국에 설치한 ATM은 작년 말 기준 2만7861개로 집계됐다. 2022년 3만 개 아래로 줄어든 이후에도 1년 새 1590개가 감소했다. 하루에 4개씩 자취를 감춘 셈이다.

전국에 깔린 ATM은 2015년 4만5135개로 최대치를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새 1만 개 넘는 ATM이 사라졌다. 일각에서 ATM이 스마트폰 대중화로 자취를 감춘 ‘제2의 공중전화’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내 5대 시중은행의 ATM 수는 2022년 2만1914개에서 작년 말 2만779개로 줄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은행은 신한은행(291개)이었다.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287개 감소했다. 우리은행 265개, 국민은행 234개 등이 뒤를 이었다.

ATM 수가 급감한 것은 사용량이 줄어들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ATM을 통해 처리된 금액은 14조7479억원이었다. 월간 기준으로 2005년 2월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다. 2021년 월 20조원 벽이 무너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일반 상가나 주요 거점뿐 아니라 은행 영업점에 비치된 ATM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365 코너’로 불리는 영업점포 내 ATM은 5년 새 1500개나 사라졌다. 작년 한 해에만 400개가량이 줄었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 영업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ATM 이용객이 줄자 365일 1년 내내 운영하던 기기까지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돈 먹는 하마’가 편의점엔 ‘황금알 거위’?

은행에 ATM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영업점 밖에 설치한 ATM은 연간 1000만원가량의 유지 비용이 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에 현금을 채우고 관리하는 인력의 인건비를 비롯해 제반 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재 이용 수준으로는 대다수 기기가 손실이 나는 구조”라면서 “편의점 등 사설 ATM은 수수료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은 수수료가 사실상 면제되는 고객이 다수여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져가는 ATM에 이용자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상가 등 거주 지역 인근에 있던 ATM이 빠르게 철거되면서 지역에 따라 현금 인출을 위해 한참 이동해야 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은행 점포 폐쇄와 ATM 축소가 맞물리면서 금융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에 반해 편의점엔 ATM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은행 ATM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증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편의점 업체들은 은행과 달리 ATM 대수를 늘리고 있다. GS25는 운용하는 ATM을 2020년 1만1602대에서 작년 1만3500대까지 늘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ATM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ATM 설치 점포와 관련 제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