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도부, 총선 참패에 일괄사퇴…당분간 윤재옥 대행체제
[4·10 총선] 또 지도부 공백 與, 격랑 예고…새 비대위냐 조기 전대냐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이 한동훈 지도부 해체에 따른 향후 진로를 놓고 격랑이 예상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11일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생환한 장동혁 사무총장도 "모든 질책과 비난까지도 다 제 몫"이라며 당직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여당이 되고 나서 2년 만에 이준석,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에 이어 한 위원장까지 5명의 당 대표가 모두 1년을 버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된 것이다.

한 위원장의 재임 기간은 107일이었다.

당헌 당규상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대행 체제다.

직전 두 번의 총선에서도 패배한 국민의힘은 총선 직후 일정 기간의 리더십 공백기를 겪었지만, 지도부를 재건한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4월 총선 패배 직후 당시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자 원유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선인 신분이던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정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를 꾸린 뒤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했다.

미래통합당으로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에도 황교안 대표가 사퇴하자 심재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았다.

당시에는 2년 뒤 대선을 준비하려면 당 전반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분출했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4·10 총선] 또 지도부 공백 與, 격랑 예고…새 비대위냐 조기 전대냐
이번에는 윤재옥 권한대행 체제나 2016년 때처럼 '관리형 비대위'를 꾸려 22대 국회 출범 직후 전당대회를 통해 리더십을 재건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내 불화나 당정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전당대회를 서두르기보다는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끌고가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당선인은 통화에서 "윤 원내대표가 일단 대행하면서 차근차근 아이디어를 모아가야 한다"며 "여당에서 선거 패배 이후 당장 경선을 통해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 성공한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 스스로 성난 민심의 주소를 확인하고 자성할 때이지, 전대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당내 혼란상을 경계했다.

당내 주류로 분류되는 또다른 다선 당선인도 "지금은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한마음으로 자숙하고 성찰하면서 변화를 고민할 때"라며 "조기 전대는 자칫 계파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기 전대 모드로 갈 경우 이번 총선의 험지에서 살아 돌아온 거물급 정치인들의 출격 가능성이 벌써 거론된다.

당내 지지기반이 두터운 나경원 당선인, 비윤(비윤석열)계 중진 안철수 당선인, '낙동강벨트' 지역구를 탈환한 김태호 당선인 등이 주로 거명된다.

각자 정치적 입지는 다르지만, 지난 전당대회 내지 공천 과정에서 여권 주류로부터 견제를 받았던 인사들이다.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권영세·권성동 당선인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한 수도권 당선인은 통화에서 "여당이어서 더욱더 안정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당권 경쟁에 따른 문제를 걱정하기보다, 남은 윤석열 정부 3년을 어떻게 여당이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조기 전대론을 주장했다.

또다른 수도권 당선인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관리자'가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권 중심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못해서 민주당에 이런 참패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당을 이끌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 '파격적인 인사'를 옹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다음주 중 22대 국회 당선인 대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을 놓고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