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울한 내각 >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 번째)가 4·10 총선 다음날인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를 알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 침울한 내각 >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 번째)가 4·10 총선 다음날인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를 알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11일 사퇴했다. ‘여의도 정치 종식’을 선언하며 총선을 이끌어온 그는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는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장동혁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와 비대위원 등도 일제히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 들어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민심은 언제나 옳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번 총선 패배 책임이 대통령실에 있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제 책임”이라고 답했다. 이어 “패배 원인은 여러분(언론)이 분석하는 것이고, 결국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고, 어디에서 뭘 하든 나라를 걱정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를 계속할지 묻는 질문에 “제가 한 약속은 지키겠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향후 계획에 대해 “공공선을 위해 정치라는 무대에서 나라와 시민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치권에선 선거 패배 책임을 지게 된 한 위원장이 당장 당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국 변화에 따라 기회를 엿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말 김기현 당시 대표가 사퇴한 뒤 비대위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107일 동안 선거를 지휘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면충돌하는 과정에서 여권 내에서 중량감이 커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국민의힘이 120석 이상만 얻는다면 한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거쳐 당 대표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으면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당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정부 여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보다 86 운동권 청산, 이·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심판 등을 더 앞세운 게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천을 지휘한 장 사무총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박은식·윤도현 비대위원 등도 직을 내려놨다. 장 사무총장은 “모든 질책과 비난까지 다 제 몫이고 제가 마땅히 감당하겠다”며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길을 그려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졌다. 당 안팎에서는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전당대회 시기와 방식에 대한 논쟁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