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돈 빼돌린 전 통역, 미국 검찰과 유죄 인정 형량 협상 중
불법 도박 채무를 갚으려고 미국프로야구(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돈에 손을 댔다가 해고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관계 기관과 유죄를 인정하되 형량을 낮추는 사전형량 조정 협상 중이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1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 국세청, 국토안보부, 법무부 캘리포니아 중앙검찰청이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건을 조사 중이다.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으로 진 빚을 갚고자 오타니의 계좌에서 도박업자에게 송금한 사실이 들통나 지난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MLB 서울시리즈 기간에 해고당했다.

해고 전과 후에 상반된 내용을 진술한 미즈하라 때문에 오타니마저 사건에 연루돼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불법 도박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취재할 때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직접 자신의 도박 빚을 갚아줬다고 말했다가 해고당한 후에는 오타니는 자신의 도박 빚을 전혀 몰랐다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미즈하라 진술의 신빙성과 별개로 오타니가 야구에 불법으로 도박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오자 빅리그가 발칵 뒤집혔다.

MLB 사무국은 야구 종목에 도박한 선수에게 불법·합법을 떠나 1년간 출전을 불허한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오타니의 개입 가능성은 작아지는 분위기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미즈하라가 도박 빚으로 알려진 450만달러보다 많은 액수를 오타니의 계좌에서 훔쳤고, 오타니가 계좌 간 거래 알림을 받지 못하도록 미즈하라가 계좌 설정을 바꿀 수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지난달 미국 본토 개막전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 마이크 앞에 앉아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며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또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돈을 걸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대신 베팅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면서 "베팅을 위해 도박업자를 거친 적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베팅 결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친구이자 통역인 미즈하라가 어떻게 자신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거액이 계좌에서 빠져나갔는데도 왜 몰랐는지에는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수사 기관과 사전 형량 조정을 거쳐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절도 등의 개인 일탈로 사태가 마무리된다면 오타니는 부담을 덜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까지 간다면 오타니의 이미지는 크게 추락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