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 AI로 분석해 신용등급 산출…불모지 인도시장 개척했죠" [긱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신용 정보가 필요하다. 신용등급은 재산과 연봉, 금융 거래 내역 등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신용카드 등을 사용한 경험이 없는 학생이 대출받기 어려운 것도 신용등급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엔 학생이 아니더라도 신용등급을 산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인도는 신용 정보가 없는 사람이 12억 명이다. 대부분 급여를 현금으로 받고 은행 거래 기록이 없어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대출 수요는 상당하다.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가 노린 것은 이 지점이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에서 이전에 없던 신용 정보를 발굴해 신규 대출 서비스를 내놨다”며 “신용 점수가 없어 대출받지 못한 12억 명 중 최상위와 최하위 2억 명 정도를 제외한 10억 명 정도가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4년 밸런스히어로를 창업했다. 앞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아이마켓코리아에서 근무했고, 2006년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인 컬러링을 동남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면서 인도 시장에 눈을 떴다. 밸런스히어로는 2016년 인도에서 금융 서비스 앱 ‘트루밸런스’를 출시했다. 선불제 통신료 충전 서비스, 공과금 결제 등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엔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용 대출로 사업을 확장했다. 소액 단기 대출 서비스였다. 1000루피(약 1만6000원)에서 10만루피(약 160만원)까지 3~12개월 동안 대출해주는 서비스다. 한국에선 매우 적은 금액으로 보이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대표는 “인도 직장인 평균 월 급여 수준이 20만~30만원 정도”라며 “우리의 타깃은 월급이 80만~100만원 정도인 인도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트루밸런스를 이용한다.

밸런스히어로의 경쟁력은 신용 정보 창출이다. 신용 정보가 없는 인도 이용자의 신용 정보를 새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 한도액과 대출 이자를 산정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활용했다. 이 대표는 “인도에서는 금융 거래 관련 내용이 대부분 문자메시지에 남는다”며 “이용자의 돈이 언제, 얼마나 나가고 들어오는지 세세한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고 관련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신용평가 모델은 계속 개선됐다. 도입 첫해 12%에 이르던 대출 연체율이 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845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올렸다. 각각 1년 전보다 21.7%와 49.5% 증가했다.

대출 취급액 역시 지난해 4300억원으로 늘었다. 3년 전보다 11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대표는 “밸런스히어로의 성장으로 인도 대출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뀌었다”며 “인도 전체 대출 건수 중 1만루피(약 16만원) 이하 소액 대출 비중이 2017년 3%에서 현재 95%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다른 국가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동남아 국가에는 인도처럼 신용 정보가 없는 사람이 많다. 이 대표는 “그동안 대출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밸런스히어로를 통해 전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우겠다”며 “보험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