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협, 2차 대전 일본군 침략 못지않게 심각"…사실상 中 겨냥
필리핀 대통령 "더러운 세력의 부당한 주권 위협에 맞서 싸워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대립이 날로 첨예해지는 가운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국가 주권에 대한 "용납할 수 없고 부당한"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닐라타임스·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용맹의 날' 기념일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현재 필리핀이 맞이한 도전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필리핀 침략에 비해 "결코 덜 심각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용맹의 날은 2차대전 당시인 1942년 일본군에 의한 필리핀 바탄반도 함락을 기념하는 날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바탄반도 함락으로부터) 82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형태와 정도는 다양하지만 우리의 존재에 똑같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도전들과 계속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부(도전)는 우리 주권에 대해 명확하고 현존하는 위협의 전조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이미 필리핀 국민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러운 세력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안팎에서 위협, 우리가 나라를 위해 어렵게 싸워서 얻은 것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협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일대 해상에서는 최근 양국 함정이 부딪치고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 공격을 가하는 등 직접 충돌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과 싸웠던 선대 필리핀 국민의 용기와 회복력을 본받아 이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평화와 명예, 우리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려는 모든 도전 앞에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오는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에 맞선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