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에 강제 끌려간 후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이 소송…오는 6월 선고
옛 일본광업 일제강제동원 손배소송 5년만에 종결
일본기업의 비협조로 장기간 공전한 일제강제동원 JX금속 상대 손해배상 소송이 거의 5년 만에 종결됐다.

광주지법 민사8단독 김정철 부장판사는 9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2명의 유족이 일본 기업 JX금속(옛 일본광업)을 상대 제기한 손해배상 변론을 종결했다.

이번 손해배상 민사재판은 2019년 5월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송달됐는지 확인해주지 않는 등 일본기업 측이 계속 시간을 끌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여 장기간 공전하다가 5년 만에 종결됐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유족들은 옛 일본광업 소속으로 강제동원 노역을 한 A씨의 유족 6명과 B씨의 유족 4명이다.

A씨는 광복 직전인 1945년 2월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다 일본 경찰과 면사무소 직원에게 붙들려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일본으로 향하던 배가 폭풍을 만나 침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일본 도치기현 기도가사와 광산에 도착한 A씨는 6개월간 광산에서 광부로 강제노역했다.

임금과 식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환경에서 낮에는 매를 맞고, 밤에는 변변치 않은 숙소도 없이 굴 안에서 벼룩 떼에 몸을 내주며 노역했다.

그는 매일 같이 갱도 내부가 무너지는 등 낙반 사고가 이어져 "오늘은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광복 후 겨우 고향으로 돌아온 A씨는 진폐증 등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1980년 사망했다.

옛 일본광업 일제강제동원 손배소송 5년만에 종결
B씨는 1942년 들일을 하던 중 아내와 두 딸에게 작별 인사도 못 하고 연행돼 일본으로 끌려갔다.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 광산에 도착한 B씨는 10개월간 탄광에서 광물을 맨몸으로 나르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매질이 다반사인 현장에서 결국 B씨는 일본인에게 맞아 허리를 크게 다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허리를 다친 후유증에 'ㄱ' 자로 굽은 허리 탓에 가족을 보살피지 못하고 결국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1992년 사망했다.

이들을 두고 일본기업 측 변호인은 다른 일제강제동원 손해배상 재판에서처럼 대한민국 법원이 일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고,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과거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이미 소멸했다는 기존 주장 등을 이어갔다.

특히 A씨의 경우 강제 동원 증거 자료상 창씨개명한 이름과 생년월일이 실제와 달라 실제 강제 동원 피해를 본 당사자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 측 변호인은 "작성자의 착오로 오기한 내용이며, A씨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 조사 보고서를 통해 옛 일본광업에서 강제노역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항변했다.

이번 재판 선고는 오는 6월 25일에 열린다.

한편 광주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 손해배상 관련 재판이 광주고법에 항소심 2건, 광주지법에 1심 13건(1건 선고) 등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