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나타날 '시스템 개선' 요구…"강한 팀 만드는 게 제일 중요"
'필리핀전 연승' 벨 감독 "퍼포먼스 행복해요, 결과는 아쉬워요"
필리핀과 2연전을 모두 이긴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콜린 벨 감독은 2차전 경기력은 만족스러웠지만 결과가 아쉽다고 했다.

'7-0'이 나올 경기력이었다고 평가했다.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은 8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39위)과 친선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지난 5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을 3-0으로 이긴 벨호는 1골 1도움을 기록한 최유리(버밍엄 시티)의 맹활약을 앞세워 2차전도 승리했다.

한 골 차지만 벨호는 필리핀을 그야말로 압도했다.

경기 지표를 보면 슈팅 수에서 30 대 3, 공 점유율에서 74% 대 26%로 크게 앞섰다.

경기 후 벨 감독은 특유의 어눌한 한국말로 "오늘 저녁 퍼포먼스, 많이 괜찮아요.

행복해요.

그런데 결과 아쉬워요"라며 "오늘 내용, 7-0, 8-0 (나올 수 있었어요), 필리핀 찬스 많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영어로 "후반에는 소극적으로 플레이해 프리킥을 허용했고, 그 한 번의 슈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며 "어쨌든 그것도 축구의 일부고, 축구는 득점으로 모든 걸 이야기하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를 표방하고 필리핀과 국내 평가전을 추진한 벨 감독은 "3-0, 4-0이 나왔다면 어린 선수들을 투입하려 했지만 후반 실점 이후 필리핀이 적극적으로 나와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돌아봤다.

고유나(화천 KSPO), 최예슬(경주 한수원) 등 대표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없던 선수들을 이번 A매치 기간 적극 활용한 벨 감독은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에서도 16, 17세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필리핀전에서는 줄곧 골문을 지켜온 김정미(인천 현대제철)가 뛰지 않았다.

'필리핀전 연승' 벨 감독 "퍼포먼스 행복해요, 결과는 아쉬워요"
윤영글(은퇴)이 뛴 지난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1차전 콜롬비아전을 제외하고 줄곧 김정미만 선택하던 벨 감독이 이례적으로 신예 최예슬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저변이 좁은 한국 여자축구에서는 특히 골키퍼가 '문제 포지션'이라고 꼽은 벨 감독은 젊은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벨 감독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파리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면서 잔여 임기 내 주요 대회가 없다.

벨 감독은 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하는 '기술고문'뿐 아니라 승리를 따내는 현장 지도자인 '감독'으로서 역할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나의 분석 자료를 협회에 제공할 것이고, 연령별 지도자들에게 조언하는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르카소 마크 가브리엘레 필리핀 감독은 "주요 선수들이 빠졌는데도 어린 선수들, 베테랑들이 잘 조화돼 열심히 싸워줬다.

대견스럽다"며 "아시아의 강호인 한국을 상대로 경기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격차를 줄이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번 평가전을 통해 얻은 자산을 이용하겠다.

선수들끼리 조화를 이뤄내고, 조직력을 다듬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