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셀의 미국 관계사 아티바에 이어 국내 기업 큐로셀도 세포치료제를 이용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항암치료에서 세포치료제가 기존 치료에 실패한 소수 환자들을 위해서만 쓰이는 만큼 난치성 면역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1일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병 치료 목적으로 진입한 CD19 CAR-T 치료제 임상은 총 20개였다. 임상 2상 단계 물질은 5개이며, 임상 1상 단계는 15개였다. 임상 결과를 허가신청에 활용하기 어려운 연구자주도임상(IIT)은 제외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영역 넓히는 '꿈의 항암제'

루푸스병은 희귀자가면역질환으로 국내 환자수는 1만5000~1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에 비해 10배 정도 더 많으며, 전신에 홍반과 발진이 생기고 통증이 유발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중증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제나 면역억제제를 써야 한다. 당뇨나 비만처럼 장기간 관리해야 하다보니 약에 내성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스테로이드제제는 효과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쓰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꾸준히 있어왔다.

큐로셀을 비롯해 국내외 세포치료제 업체들이 루푸스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 까닭은 항암제인 CAR-T 치료제를 루푸스병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루푸스병 치료제로 승인된 CAR-T 치료제는 없지만 201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루푸스병에 걸린 쥐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업계는 CAR-T 치료제가 암을 치료할 때와 마찬가지로 루푸스병에서도 1회 투여로 병을 완치시키는 ‘원샷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D19 CAR-T가 루푸스병에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까닭은 루푸스병의 발병 원인이 B세포이기 때문이다. CD19 CAR-T는 암세포가 된 B세포를 죽이는 세포치료제다. 정확히는 정상세포이든 암세포이든 구분않고 체내 모든 B세포를 죽인다. 문제가 되는 B세포를 몸 속에서 지우고 ‘재시작’하도록 해 루푸스병을 낫게 하는 원리다.

임상 2상에 진입한 최선두그룹으론 CAR-T 치료제를 세계에서 제일 처음 내놓았던 노바티스가 손꼽힌다. 노바티스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인 ‘킴리아’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새로 설계한 CAR-T 치료제 후보물질 ‘YTB323’로 임상 1·2상 개발이 진행 중이다.

자가세포치료제라는 공통점을 빼면 YTB323은 킴리아와 여러 부분에서 달라졌다. 일반 CAR-T 치료제는 제조에 2주 이상 소요되나 YTB323은 이틀로 단축했다. 완제품으로 만들어 투약하는 대신 체내에서 완성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노바티스측은 YTB323의 줄기성(stemness)이 뛰어나 생체 내 확장성이 더 우수하고 설명했다.

YTB323은 루푸스병 외에도 미만성 거대B세포 증후군(DLBCL) 임상이 진행 중이다. 경쟁약 대비 약세로 평가되는 킴리아의 뒤를 이을 CAR-T 치료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신약벤처로는 카발레타바이오와 키베르타테라퓨틱스의 임상 개발 속도가 빠르다. 카발레타바이오는 항암을 건너뛰고 자가면역질환에 집중해 CD19 CAR-T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의 후보물질 CABA-201은 지난해 FDA로부터 전신 홍반 루푸스병에 대해 패스트트랙 약물로 지정됐다.

키베르나의 CD19 CAR-T 치료제 KYV-101은 루푸스 신염에 대해 FDA의 패스트트랙을 받았다. 키베르나는 지난해 6월 환자등록을 시작한 뒤 루푸스 신염에 이어 다발성 경화증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조금 달라진 CAR-T 치료제 개발도 한창

CD19 CAR-T가 항암 치료제로 개발된 만큼 변형 없이 곧장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점도 드러났다. 앞서 설명한 대로 CD19 CAR-T는 환자 체내의 B세포를 모두 없앤다. B세포는 본래 면역기능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이기 때문에 B세포가 사라진 환자는 외부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CAAR-T(키메릭 자가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는 선택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B세포만 제거하기 위해 나온 새로운 세포치료제다. 스스로를 공격하게 만드는 ‘자가항체’가 있는 B세포만 찾아 없애는 CAR-T 치료제로 보면 된다. 그렇지 않은 다른 B세포는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CD19 CAR-T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카발레타바이오가 CAAR-T 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CAR-T 치료제의 지속기간을 낮추기 위한 시도도 시작됐다. 당초 CAR-T 치료제는 한 번의 투여로 암을 없애는 ‘원샷 치료제’로 개발됐다. 체내에서 CAR-T 세포가 오랫동안 유지돼야 암의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용도로는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키메릭항원수용체(CAR)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발현하는 것이 아닌 일시적으로 발현하도록 한 mRNA CAR-T의 개발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발현이 제한된 mRNA(전령RNA)를 이용해 T세포 내에서 일정 기간만 CAR가 생성되도록 한 것이다. 셀렉타바이오사이언스에 지난해 인수된 카테시안테라퓨틱스는 이 방법으로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면역을 억제하는 조절T세포를 이용한 초기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CAR-T 치료제 업계에서 CAR-T 치료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항암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미 ‘대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루푸스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할 것”이라며 “국내 루푸스병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개발사 후보물질명 적응증 개발단계 비고
Novartis YTB323
(Rapcabtagene autoleucel )
·DLBCL
·Refractory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임상 1·2상 CD19 CAR-T

Cabaletta Bio
CABA-201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임상 1·2상 CD19 CAR-T
Kyverna Therapeutics KYV-101 ·Lupus Nephritis 임상 1·2상 CD19 CAR-T
Miltenyi Biomedicine MB-CART19.1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임상 1·2상 CD19 CAR-T
ImmPACT Bio IMPT-514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Lupus Nephritis
임상 1·2상 CD19 CAR-T
Juno Therapeutics(BMS) CC-97540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Idiopathic Inflammatory
·Myopathy Systemic Sclerosis
임상 1상 CD19 CAR-T
Sana Biotechnology SC291 ·Lupus Erythematosus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임상 1상 CD19 CAR-T
Autolus obe-cel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임상 1상 CD19 CAR-T
iCell Gene Therapeutics BCMA-CD19 cCAR T cell ·Relapsed/Refractory,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임상 1상 BCMA-CD19 cCAR T cell
Cabaletta Bio DSG3-CAART ·Mucosal-dominant pemphigus vulgaris 임상 1상 DSG3-CAART
자료: 한경바이오인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 RMD Open. 2023 Nov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