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데뷔 10주년 기념 연주회…"1회 연주회와 같은 곡이지만 더 어려워"
"호흡할 때 나오는 솔직한 소리…숨어있는 목관악기 레퍼토리 발굴도 사명"
목관5중주 뷔에르 앙상블 "다채로운 악기들의 하모니가 매력"
부드러운 음색을 지닌 클라리넷, 맑고 투명한 고음의 플루트,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오보에, 중후한 저음의 바순, 따뜻함이 묻어나는 호른.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지닌 악기들이 모여 하모니를 내는 목관5중주의 매력을 알려온 '뷔에르 앙상블'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 하나 없이 관악기만이 뿜어내는 소리는 어떨까.

오는 1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뷔에르 앙상블이 10년간 축적해 온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선보인다.

2013년 창단된 뷔에르 앙상블은 조성호(클라리넷·39), 유지홍(플루트·39), 이은호(바순·34), 주홍진(호른·35), 고관수(오보에·36)로 이뤄져 있다.

2017년 합류한 고관수를 제외하면 모두 원년 멤버다.

열정과 패기 넘치던 20대, 클래식계에 목관 앙상블이 설 자리를 만들겠다고 모인 팀이다.

뷔에르(vere)는 라틴어로 '진실된', '진짜의'라는 뜻이다.

10주년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지난 6일 예술의전당에서 조성호, 유지홍, 이은호를 만났다.

팀의 리더인 조성호는 "앙상블이라고 하면 현악4중주가 가장 유명하고, 목관 앙상블은 클래식 시장 자체에서 자리가 크지 않다"며 "목관악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목관5중주 팀을 결성해 좀 더 전문적으로 연주하고 클래식 시장에서 목관 앙상블의 자리도 넓히고 싶었다"고 뷔에르 앙상블을 결성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뷔에르 앙상블이 창단할 시기에도 목관5중주 팀은 있었지만, 대부분 이벤트성으로 서너차례 공연을 함께하고 흩어지는 수준이었다.

뷔에르 앙상블이 10년간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목관5중주에 대한 애정은 물론, 목관 앙상블도 피아노나 현악기 앙상블처럼 대중에게 친숙해져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뷔에르 앙상블은 한정적인 목관5중주 레퍼토리를 꾸준히 발굴해 소개하고, 5중주를 넘어 8중주, 10중주에도 도전해왔다.

목관5중주 뷔에르 앙상블 "다채로운 악기들의 하모니가 매력"
그렇다면 목관 악기들의 하모니가 주는 매력은 뭘까.

뷔에르 앙상블은 악기 소리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보통 현악기는 음역은 달라도 비슷한 결의 소리를 내지만, 관악기는 소리 자체가 천차만별이어서 '부조화 속에 조화'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무대에 5명이 부채꼴 모양으로 앉아요.

기교적인 부분을 많이 담당하는 클라리넷과 플루트가 마주 보고 앉죠. 두 악기가 가장 바빠요.

오보에는 5명 가운데 노래를(멜로디 부분을) 가장 많이 채우고, 바순은 베이스를 지켜가며 나머지 악기들을 감싸주는 역할을 해요.

금관악기인 호른은 목관악기가 내지 못하는 소리로 공간을 채우고요.

서로 다른 악기들이 애를 쓰면서 조화를 이루려는 게 매력이죠."
이처럼 서로 다른 소리를 가진 악기들로 합을 맞추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앙상블은 오케스트라와 달리 쉬는 파트가 거의 없어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관악기 연주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뷔에르 앙상블은 5개 악기의 합이 맞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은호는 "목관5중주가 정말 어렵다"며 "10년간 엄청난 트레이닝을 한 덕에 오케스트라나 솔로 연주를 해도 여기서 습득한 걸 적용하면 수월한 부분이 있다"고 자부했다.

유지홍은 "여러 악기가 잘 섞였을 때 들으면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며 "플루트와 오보에가 섞이면 플루트도 아니고 오보에도 아닌 소리가 나는데, 그런 것들이 톡톡 튀기도 하고 재밌다"고 웃었다.

조성호는 "목관악기는 솔직하다"며 "사람이 말을 하듯이 호흡하며 소리를 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것들이 있다"고 자랑했다.

뷔에르 앙상블은 10년간의 활동 중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2022년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초청으로 콘서트홀에서 한 연주회를 꼽았다.

주로 오케스트라가 공연하는 2천500석의 콘서트홀에서 목관 앙상블이 공연하는 일은 흔치 않다.

유지홍은 "무대를 걸어 나가는 데 여기가 이렇게 길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느낌이 들었다"며 "보통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 관악기는 뒤쪽에 배치되는데 그 큰 홀에서 관객들 앞에 서니 느낌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콘서트홀의 넓고 높은 공간을 우리만의 소리로 채운 순간은 정말 짜릿했다"고 덧붙였다.

목관5중주 뷔에르 앙상블 "다채로운 악기들의 하모니가 매력"
뷔에르 앙상블은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22년 제5회 정기연주회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장 프랑세의 곡들을 선보였다.

합을 맞추는 것은 물론, 단원들 개별 연습도 완벽하게 돼 있어야 하는 난곡들이었다.

조성호가 "도전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어렵게 정하는 편"이라고 하자 유지홍과 이은호는 당시 공연 준비과정이 떠오른 듯 한숨을 쉬며 "정말 힘들었다"고 웃었다.

이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다"며 "그만큼 뿌듯함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10주년 기념 연주회 프로그램은 '리:와인드'(Re:Wind)를 부제로 10년 전 처음을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제1회 정기연주회 때 연주했던 아우구스트 클럭하르트, 새뮤얼 바버, 죄르지 리게티의 곡과 뷔에르 앙상블이 처음으로 모여 합을 맞췄던 프란츠 단치의 곡을 들려준다.

최종호는 "클럭하르트 곡은 낭만이, 바버 곡은 특유의 멜랑꼴리한 느낌이, 리게티는 워낙 독보적인 색깔이 있고, 단치는 고전적"이라며 "4곡 모두 비르투오소적인 측면이 있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지홍은 제1회 정기연주회 때 연주했던 3곡에 대해 "10년 전에는 빠르고 화려해야 멋있었던 거 같아서 모든 곡의 템포가 지금보다 빨랐던 것 같다"며 "그때는 '안 틀렸네'라면서 연습했지만, 지금은 음악의 여백도 생각하게 되고 보이는 게 더 많아져서 더 어려운 것 같다"고 같은 곡이지만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10년,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있어요.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줘야죠. 넓게 보면 목관악기가 가진 레퍼토리를 넓혀야 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어요.

보석 같은 곡들을 찾아서 목관 앙상블이라는 잠재력을 가진 이 분야를 폭발시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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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관5중주 뷔에르 앙상블 "다채로운 악기들의 하모니가 매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