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와인 즐기고 메뉴 주문도…7일까지 강동아트센터
과일에 물건까지 입에 넣는 기이한 먹방…공연 '푸드'
식당 영업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웨이터가 눈앞에 놓인 식재료를 하나둘 입에 넣기 시작한다.

앉은 자리에서 사과를 다섯 개 베어먹은 그는 방울토마토를 열 개씩 입에 욱여넣더니 성인 팔뚝만 한 크기의 셀러리를 통째로 삼키기에 이른다.

이내 와인 두 병을 한 번에 들이키고 손님에게 팁으로 받은 지폐와 담배까지 씹어먹는 지경에 이르자 마술을 보듯 흥미롭게 지켜보던 객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난 4일 강동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공연 '푸드'의 연출이면서 웨이터를 연기한 제프 소벨은 식사의 뜻을 새로 정의하려는 사람처럼 손에 잡히는 물건은 모조리 입에 욱여넣었다.

관객들은 배를 채운 뒤에도 거친 숨을 내쉬며 식사를 이어가는 소벨을 바라보며 '식사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듯 몰입했다.

'푸드'는 관객이 한 레스토랑에 방문해 식사를 즐긴다는 상황극에서 출발하는 공연이다.

30명의 관객은 하얀 식탁보가 깔린 대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소벨이 따라주는 와인을 마시고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소벨은 관객의 음식 주문을 받고 작은 마술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군고구마를 주문받은 소벨이 익히지 않은 고구마를 쿠킹 포일로 감싸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포일을 제거하자 김이 나오는 군고구마가 관객의 눈앞에 나타났다.

테이블에 둘러앉지 않은 관객도 웨이터의 지시에 따라 바쁘게 움직인다.

소벨은 일반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와인 서빙을 부탁하고 메뉴를 주문받으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과일에 물건까지 입에 넣는 기이한 먹방…공연 '푸드'
가벼운 분위기로 상황극을 이어가던 작품은 관객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식당과 그곳에서의 식사를 낯설게 바라보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소벨이 평범한 한국 식당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그는 테이블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보관하는 서랍이 달려있고, 태블릿PC로 음식을 주문하는 한국 식당을 낯설고 신비스러운 공간으로 묘사한다.

매일 같이 방문하는 식당이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자 왜 이러한 형태를 띠게 되었을지 궁금증이 생겨나기도 했다.

작품은 또한 수렵 채집 사회에서 출발한 식사의 역사가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보여주며 인간의 탐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소벨이 사과와 셀러리를 먹은 뒤 우악스럽게 스테이크를 뜯어 먹는 대목에서는 사방에 가짜 피를 튀기는 연출로 잔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벌레와 열매를 식재료로 삼아 생존을 위해 식사하던 인류가 과자, 유제품, 초콜릿을 포함해 끝없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됐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돌아보게 만든 점도 인상을 남겼다.

2022년 미국에서 초연한 '푸드'가 아시아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소벨은 프랑스 파리 레코크 학교에서 일상적인 주제를 낯설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푸드'에 앞서 사물을 소재로 한 '더 오브젝트 레슨'과 집을 소재로 한 '홈'을 시리즈로 제작했다.

'푸드'의 서울 공연은 7일까지 이어지며 12일부터는 공주문예회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한다.

과일에 물건까지 입에 넣는 기이한 먹방…공연 '푸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