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여의도 인근 직장인들 몰려…1시간 기다려 한 표 행사
인천공항 투표소도 긴 줄…부정행위 경각심에 참관인도 늘어
[사전투표] 100m 늘어선 점심 대기줄…'생애 첫 투표' 설렘도(종합)
사건팀 = "누구를 찍든 국민들이 자기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지역 투표소 곳곳에서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머리가 하얗게 센 백발의 노인부터 정장 차림의 직장인, 자녀를 동반한 부모, 헤드폰을 낀 채 발걸음을 바삐 재촉하는 대학생까지 연령대와 모습도 다양했다.

마포구 도화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정모(50)씨는 "주말과 선거 당일에 꽃구경을 가려고 오늘 출근길에 투표소에 들렀다"며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포기하면 안 된다.

'좋다, 나쁘다'는 권리를 행사한 뒤에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강로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소현수(26)씨도 "선거일에 마음 편히 쉬고 싶어서 서둘러 사전투표를 마쳤다"며 "여야에 상관없이 공약을 보고 국민들을 좀 더 생각해줄 것 같은 후보에게 소신껏 투표했다"고 했다.

올해 대학교 신입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박준석(19)씨는 "동아리 선배들과 후보자들 이력이나 공약 등 정치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나와 정치관이 다른 사람의 얘기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양대생 이준범(19)씨는 "처음으로 정치에 참여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고 했고, 같은 학교 박모(19)씨는 투표를 마친 뒤 "이제 성인이 됐다고 느꼈다"며 미소지었다.

[사전투표] 100m 늘어선 점심 대기줄…'생애 첫 투표' 설렘도(종합)
초등학교 6학년인 딸 강모(12)양과 함께 종로구 이화동 투표소를 찾은 심모(47)씨는 "아이에게 투표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하교길에 같이 왔다"고 했다.

강양은 "안에 들어가서 보고 나니 신기하고 회장선거 같기도 하다"며 "얼른 어른이 돼서 투표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수줍게 웃었다.

오피스 빌딩이 많은 강남역 인근 역삼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는 정오가 지나 점심 시간을 활용해 투표하려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며 길게 줄이 늘어섰다.

몇몇 직장인들은 예상보다 긴 대기줄에 "이거 투표줄 맞느냐. 이 거리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거나 "내일 집 근처에서 해야겠다"고 발걸음을 돌렸다.

역삼동에서 일한다는 김모(36)씨는 "총선 당일에는 육아를 해야 해서 오늘 점심 먹고 소화시킬 겸 왔다"며 "제가 '사전투표 하러 가자'고 파티원을 모집했다"며 웃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4)씨도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총선 당일 투표율도 높을 것이라 생각해 점심 식사 뒤 동료들과 함께 투표하러 왔다"며 "살기가 팍팍한데 정당들이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잘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회의사당 및 여의도 증권가과 가까운 여의동주민센터에도 점심 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려는 '직장인 부대'가 장사진을 이뤘다.

줄이 100m 가까이 이어졌고 낮 12시 30분께는 대기 인원이 300명을 넘었다.

증권사에서 일한다는 배아현(23)씨와 신재은(24)씨는 "정치 자체에는 관심이 없지만 투표는 해야할 것 같아 점심시간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투표 차례를 기다리던 김모(30)씨는 "정치를 잘 몰라 빨리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중"이라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전투표] 100m 늘어선 점심 대기줄…'생애 첫 투표' 설렘도(종합)
정오께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관계자가 "투표까지 40∼50분이 걸릴 것"이라고 시민들에게 안내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올지 상상도 못했다"며 "체감상 저번 총선 당시 같은 시간대의 2배는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성동구 사근동 공공복합청사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해 투표하려다 발급에 실패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있었다.

편치 않은 몸도 투표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다리 골절로 목발을 짚은 채 마포구 투표소를 찾은 김모(51)씨는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에 왔다"며 "당선인이 지역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아이를 출산했다는 안나희(39)씨는 "아직 산후조리 중이지만 작은 변화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왔다"며 "아이들이 너무 경쟁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는 대학생 유권자들로 유독 북적였다.

특히 본가가 지방에 있어 기숙사 등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학생 김란주(24)씨는 "본가가 전주인데 투표는 꼭 해야겠다 싶어 사전투표를 했다"며 "투표를 하지 않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표를 안 하겠다던 친구 2명을 설득해 투표소를 찾았다는 중앙대 재학생 홍원표(25)씨는 "(정치가) 싫어도 지금 투표해야 나중에 욕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저희가 곧 사회의 주축이 될 테니까요"라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도 출국을 앞둔 유권자들이 줄이 길게 이어졌다.

[사전투표] 100m 늘어선 점심 대기줄…'생애 첫 투표' 설렘도(종합)
불법카메라 등 부정선거 이슈가 부각되면서 투표소마다 우려 해소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었다.

사전투표 용지 교부와 투표 상황 전반을 지켜보는 참관인들도 이례적으로 많았다.

도화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투표가 진행되는 강당의 일반인 출입을 제한했고 전날 직원들이 두 차례 시설을 점검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른 투표소 관계자는 "전날 기표소 전부와 통풍구까지 점검하고 참관인들도 예전보다 많이 둬서 신경을 썼다"며 "시민들도 투표소 내부 촬영을 자제하도록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에게 투표소 밖 포토존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도화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한 50대 유권자는 "평소보다 내부에 참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엔 투표 대기줄인 줄 알았는데 참관인들이었다"면서 "저번 투표 때보다는 1.5∼2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윤보람 박형빈 계승현 김정진 장보인 이미령 최원정 이율립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