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그래스' 밴드 컨트리공방, 美투어 나선다 "테일러 스위프트도…"
블루그래스. 컨트리 음악 장르 중 하나로 20세기 초 미국 남부 켄터키 주 농촌 지역에서 시작돼 1940~50년대 컨트리 음악의 흥행과 맞물려 큰 인기를 누렸다. 예전만 못하지만 아직도 블루그래스만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미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장르다. 딱 떠오르는 가수도 없는 상황에 국내 한 밴드가 최근 미국 본토에서 블루그래스씬을 뒤흔들며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 블루그래스 최대 이벤트인 IBMA(International Bluegrass Music Association) 주최 ‘국제 밴드 퍼포먼스 그랜트(International Band Performance Grant)’ 에서 우승한 컨트리공방이 주인공이다. 컨트리공방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10여 회의 미국 투어를 거치며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스타를 꿈꾸는 컨트리공방을 만나봤다.

Q. 컨트리공방은 어떤 밴드인가.

2013년 12월에 결성된 밴드로 블루그래스 장르 기반에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가미하여 우리만의 색깔을 빚어가고 있다. 5명의 멤버가 보컬/만돌린(김예빈), 피들(윤종수), 밴조(장현호), 베이스(송기하), 기타(원선재)를 맡고 있다.

Q. IBMA에서 국제 밴드 퍼포먼스 그랜트 상을 받은 것이 엄청난 성과라는데.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놀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블루그래스라는 장르의 존재 여부도 모르기 때문에 전혀 감이 오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나 수천 개의 아마추어 및 프로 블루그래스 밴드가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일본에서는 수많은 자국 밴드도 못 받은 상을 한국 밴드가 받았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유명한 블루그래스 넘버를 커버해 연주하는 일본과는 달리 직접 작곡한 곡을 국제 무대에서 한글 가사로 부르며 우리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보여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간 듯 했다.

IBMA 국제 밴드 퍼포먼스 그랜트 우승자 자격으로 작년 9월 미국 Raleigh에서 열린 ‘World of Bluegrass’에 유일한 아시아 팀으로 참가했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10번의 쇼케이스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 여름과 가을에는 약 3개월의 미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

Q. 블루그래스는 국내에서 굉장히 생소한 장르다. 어떻게 밴드가 결성됐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5명이 시작한 것은 아니다. 장현호와 김예빈이 팝포크 밴드로 활동하면서 제대로 된 컨트리 팝밴드를 해보고자 결성한 게 컨트리공방의 시작이다. 컨트리 음악 계열 중에서도 악기의 역할이 독립적이고, 빠른 템포로 연주되는 블루그래스 음악에 매료됐다. 제대로 된 블루그래스를 위해 밴조의 필요성이 절실해 독학으로 밴조를 익혀 ‘붕어빵’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곡을 계기로 음악을 하는 선후배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고 송기하, 윤종수, 원선재가 합류해 5인조 밴드가 완성됐다.

Q. IBMA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때까지는 IBMA를 알지 못했다. 2019년 일본에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긴자에 있는 블루그래스 카페 ‘록키탑’에서 공연을 했다. 이때 일본 블루그래스의 대부 격인 Susumu Okano를 만나게 됐는데 이 분이 우리 음악을 마음에 들어했고 IBMA에 소개했다. 이후 팬데믹으로 셧다운이 찾아왔고 우리도, 블루그래스 시장도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2021년 1월 California Bluegrass Association(CBA)에서 48시간 릴레이 라이브 스트림 콘서트인 ‘Jam-a-thon’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게 된다. 이때 미국 최고의 블루그래스 아티스트들과 컨트리공방을 포함한 전 세계 블루그래스 뮤지션들이 참가했는데 IBMA 관계자들이 우리의 라이브를 보고 유튜브 공식 채널에 우리를 소개해줬다.

Q. 많은 뮤지션들에게 위기였던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렇다. 이때 IBMA 영상을 본 Bluegrass in La Roche의 회장이자 IBMA 이사이기도 한 Christopher Howard Williams가 2022년 8월 우리를 프랑스 ‘La Roche Bluegrass Music Festival’에 초청했다. 닷새 간의 페스티벌 기간 동안 메인 스테이지에서 2번, 그 외 작은 무대에서도 여러 번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를 본 Williams 회장이 우리에게 미국 밴드를 제외한 전 세계 밴드가 경쟁하는 IBMA International Band Performance Grant에 참여할 것을 적극 권유했고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됐다. 결국 일본에서 즉흥적으로 했던 공연으로 미국 투어 기회까지 얻게 된 것이다. 2년 전에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Q. 바쁜 와중에 작년 9월 정규 2집 ‘Unknown Poets’를 발매했다.

프랑스, 미국을 오가며 공연을 하고 우승도 맛보느라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작업한 끝에 2집 앨범을 낼 수 있었다. 이 앨범은 삶의 작은 조각들을 이야기로 담아낸 앨범이다. 블루그래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브릿팝, 아이리시, 클래식 등을 다양하게 접목해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이 특징이다.

Q. 컨트리공방이 블루그래스 본토인 미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블루그래스를 오랫동안 해온 밴드들과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볼 때 블루그래스는 음악 특성상 뭔가 복잡하거나 파격적인 것들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블루그래스에 접목한 것이다. 멤버들은 블루그래스를 처음부터 한 것이 아니라 클래식, 실용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집시 음악, 탱고 음악 등을 접하고 가요 세션으로도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르 간 장벽이 없어졌다. 그래서 자유롭게 이것 저것 시도한 것이 미국에서는 신선해 보인 것 같다

또 K팝이 세계화되면서 미국이나 유럽, 아프리카에서 K팝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졌지만 국악을 하는 것은 여전히 신기하지 않나. 미국에서도 그들의 전통음악을 한국의 밴드가 독학해서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오리지널 블루그래스도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 음악인만큼 보수적인 음악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블루그래스로도 인정받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미국 투어를 마친 후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컨트리 장르의 음악이 아직까지 많이 생소하다. 최고 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컨트리 음악을 할 때 유일하게 매진 못 시킨 나라가 한국이었고 지하철에서 아무도 못 알아본 ‘짤(짤림방지용사진)’이 돌아서 미국인들이 충격을 받지 않았는가 (웃음). (2006년 첫 앨범을 낸 스위프트는 데뷔 1년 만에 컨트리 뮤직협회 호라이즌상을 수상했다. 2011년 2월 공연 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팬들이 알아보지 못했고 당시 한 네티즌이 "친구의 '저 외국인 엄청나게 예쁘다'는 말에 보니 테일러 스위프트였다"는 후기가 화제가 됐다)

2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우리도 정말 기대된다. 꿈에 그리던 그래미도 현실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블루그래스라는 장르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