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롯데콘트홀 연주회…음향효과에 치중한 아쉬운 연주
츠베덴과 서울시향…심심한 엘가와 직진 일변도의 쇼스타코비치
지난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연주했다.

츠베덴은 지난 1월 취임한 뒤 줄곧 직선적이고 외향적인 연주를 선보였는데, 아기자기한 앙상블 구조를 지닌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나 내적인 긴장감과 깊은 추념의 정조를 장대한 관현악에 숨기고 있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을 얼마나 다채로운 층위로 재현해 낼지가 관건이었다.

1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후기 낭만주의의 풍성한 화성, 변화무쌍한 복합리듬, 첼로 독주와 관현악이 이루는 앙상블의 엮임, 그리고 엘가 특유의 비감과 마지막 악장의 깊은 사색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다채로운 표정을 지닌 작품이다.

이는 첼리스트에게 다면적인 성격을 요구한다.

영웅적 측면과 감상적 측면, 비르투오소적인 측면과 실내악적인 측면이 공존하면서도 강렬한 몰입력과 스태미나가 필수적이다.

이날 다니엘 뮐러쇼트의 연주는 전반적으로 우아하고 매끄러웠으며 특히 관현악과 앙상블을 이뤄 연주하는 대목에서 가볍고도 명민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1악장의 비감 어린 첫 주제가 4악장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수미일관 구조를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밝고 가벼운 톤이 엘가 작품의 전체적인 성격과 부합했는지는 다소 의문스러웠다.

또한 악장 간의 대조 효과를 고려할 때 2악장의 피치카토 개시부, 3악장의 리드미컬한 속주 부분의 인상이 다소 약했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전체적으로 뮐러쇼트의 연주는 크게 눈에 띄는 실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인상적인 대목도 크지 않은, 다소 안전해 보이는 해석에 머물렀다.

서울시향은 신중하고도 디테일하게 독주자를 보좌했고, 특히 독주자와 현악기군이 악상을 겹쳐 연주할 때 훌륭하게 일체를 이뤘다.

그러나 엘가 협주곡의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정조는 잘 살려내지 못했고, 악장 간의 대조 효과도 선명하게 살아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츠베덴과 서울시향…심심한 엘가와 직진 일변도의 쇼스타코비치
2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는 분명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작이다.

그러나 규모만으로 압도하는 음악은 결코 아니다.

불안과 공포, 결의와 투쟁, 반어와 그로테스크한 익살, 기계적인 비인간성과 민중적인 생명력이 곳곳에서 다양한 호흡, 다양한 색깔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전쟁과 생존을 위한 투쟁, 불굴의 인간적 생명력이 작품의 기본 모티브를 이루기에 만일 이 작품에서 음향적 쾌감만을 드러낸다면 자칫 작품의 본질적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날 서울시향의 연주는 외향적인 효과에 치중해 쉴 새 없이 내달렸지만 정작 그 뜻에는 다다르지 못한 채 겉도는 느낌이었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서울시향이 금관과 현악, 저음과 고음, 리듬과 화성, 큰 음량과 작은 음량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균형 잡힌 음향을 들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1악장의 유명한 작은북 리듬은 그 악장의 음향적 클라이맥스에 이르기도 전에 가려져서 잘 들리지 않았다.

또 커다란 '전쟁 음악'보다도 소요가 잦아든 뒤의 숨죽인 듯 나직하게 연주되는 현악 패시지(주요 악상들 사이에 나타나는 교량 부분)들이 더 긴장감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서울시향은 커다란 음량을 내느라 이런 대목에서 긴장이 오히려 풀어지는 인상이었다.

2악장의 경우 약간 비꼬는 듯한 멜랑콜리한 음색이 분위기를 바꿔야 했지만, 그러한 색채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아마도 이는 츠베덴이 설정한 해석의 템포가 시종일관 지나치게 빨랐기 때문일 것이다.

악단은 충분히 호흡하며 악구의 느낌을 표현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헐떡이는 듯했고, 그에 따라 선율의 굴곡, 화성의 변화, 리듬이 조성해내는 스윙감 등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려웠다.

3악장의 현악 합주는 결연함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지나치게 과장돼 현악기군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4악장의 경우에는 1악장과 마찬가지로 점증적으로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는 과정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해 마치 개연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끝마무리 부분만을 화려하게 치장한 것처럼 어색했다.

트럼펫, 트롬본, 타악기는 과장되어 균형을 깨뜨렸고 악상의 많은 부분을 가렸다.

어떠한 해석을 들었다기보다는 흡사 직진 일변도의 운동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

츠베덴과 서울시향…심심한 엘가와 직진 일변도의 쇼스타코비치
실수가 있든 결과가 좋지 않든 상관없이 단원들이 작품에 몰입해 하나의 해석을 완성하려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단원들은 휘몰아치는 지휘를 그저 쫓아가느라 몰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였고, 많은 애를 썼지만 결국 기계적으로 들리는 단조로운 연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츠베덴의 요구가 악단에 너무 과했던 것일까.

아니면 몰아치는 스타일을 어떤 곡에서든지 관철하려는 것 자체가 의도였을까.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날 연주는 안타깝게도 이렇게 요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단히 요란했지만, 매우 단조로운 연주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