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4차례 불응하다 병원서 체포…SPC "방어권 보장 않아" 유감 표시
'노조 와해 의혹' 허영인 SPC 회장 구속…법원 "증거인멸 염려"(종합)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허영인(74) SPC그룹 회장이 5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의혹의 정점인 허 회장의 신병을 확보,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과정 등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검찰은 허 회장 지시로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에게 승진 불이익을 주는 등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한 것으로 본다.

2021년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임금 인상 등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허 회장 자택 주변 등에서 시위를 벌이자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노조 와해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앞서 구속기소한 황재복 SPC 대표이사의 지시로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클린 사업장'을 만들라는 목표를 각 지역 사업장에 전달해 본격적인 노조 탈퇴 종용이 시작됐다는 내용을 황 대표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허 회장이 지시했고, 이후 진행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PC가 2020년 9월∼2023년 5월 검찰 수사관 김모(구속기소) 씨를 통해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 수사 정보를 빼돌리고 그 대가로 62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는 과정에도 허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임원인 황 대표가 세세한 내용을 보고한 적이 없으며,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는 황 대표의 검찰 진술 또한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와해 의혹' 허영인 SPC 회장 구속…법원 "증거인멸 염려"(종합)
검찰은 허 회장이 지난달부터 이달 1일까지 총 4차례 피의자 신분 소환 통보에 불응하자 지난 2일 병원에 입원해 있던 허 회장을 체포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5일엔 검찰청에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해 약 1시간 만에 조사가 중단된 바 있다.

검찰은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그를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SPC는 앞서 검찰이 허 회장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