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와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 통신사도 차량용 게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내 차에서 '4D 게임' 즐긴다…테슬라·벤츠 이어 韓 기업 참전
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차량용 게임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모바일 게임 제작사인 모비릭스와 협업해 캐주얼 게임을 제작할 계획이다. 온열 시트, 운전대, 에어컨, 조명 등을 활용한 4차원(4D) 게임 콘텐츠를 내놓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최종 목표는 제조사가 다른 차량에서 모두 구동되는 범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완성차 업체별로 운용하는 방식이어서 다른 브랜드 간 게임 연동이 어렵다.

LG유플러스는 구독형 플랫폼을 웹 포털로 구축해 별도 장비 추가 없이도 게임 연동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PC 게임 유통 시장을 ‘스팀’이 평정했듯 범용 플랫폼이 차량용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란 설명이다. 스팀은 미국 밸브가 2003년 출시한 게임 플랫폼으로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억2000만 명에 달한다.

차량용 게임 시장을 처음 개척한 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2022년 모델 S·X 등 일부 차량에서 스팀을 활용한 게임 서비스를 내놨다. 뒤이어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차량용 게임을 선보였다. BMW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차량 탑승객 2인이 함께 즐기는 레이싱 게임을 소개했다. 소니는 2025년 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아필라’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구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엔비디아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현대자동차, 폴스타, BYD 등에 공급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이 게임 시장 형성엔 디스플레이 대형화 흐름이 맞물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 중 10인치 이상 제품의 비중은 2021년 28.3% 수준이었지만 2025년엔 53.7%로 절반을 넘길 전망이다. 스크린 크기가 커지면 복잡한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다.

‘4D’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자동차의 매력이다. 시트에 진동을 주거나 안전벨트를 조이고, 에어컨을 트는 등 다양한 촉각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지난해 발간한 시장 보고서에서 환기 노즐이나 조향 장치로 후각 자극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고사양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