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산 친구 부러웠는데…삼성전자 개미들 '대반전'
올해 들어 질주하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멈칫하는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엔비디아보다 더 오른 삼성전자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1개월(3월4~4월3일) 사이 각각 12.45%, 13.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4.37%)와 TSMC(7.59%)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은 최근 1개월 33.66% 올라 주요 반도체 업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엔비디아와 TSMC는 올해 들어 AI 분야의 최고 수혜주로 꼽히며 거침없는 상승률을 보였다. 연초 이후 2월말까지 엔비디아는 64.2%, TSMC는 16.3%씩 각각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올 1분기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주가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발표한 회계연도 2024년도 2분기(2023년 12월~2024년 2월)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1억9100만달러를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직전 5개 분기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마이크론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475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도 직전 분기 대비 83.4% 증가한 5조18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전날 발생했던 대만 강진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엔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한국, 미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만 지진으로 현지 업체 생산 차질이 발생해 삼성전자가 2분기 D램 및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파운드리는 1분기 가동률 바닥을 확인했고 올 하반기부터 가동률 상승하면서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IT 수요가 관건"

증권가에서는 AI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견조해 메모리반도체 업체 주가는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반기 가전 및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할 경우 주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 스마트폰(핸드셋) 판매량은 1월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2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의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지만 일반적인 메모리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하반기 IT 수요 전망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부 경기선행지표의 재둔화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약간의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며 "하락 속도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업황 둔화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