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3일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자에 보도한 ‘강성 야당 지지자 반발에 여론조사 중단시킨 여심위’ 제하 기사에 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자료에는 실제와 다르거나 사실 관계를 다투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진실 공방의 모양새를 띠지만, 핵심은 한국경제신문이 피앰아이에 의뢰해 시행한 모바일웹조사 방식의 선거 여론조사가 여심위가 고집해온 전화 여론조사의 규제 틀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다. 이날 자료는 기존 여론조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방식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한경·피앰아이 조사는 여심위에 신고한 274만 명의 표본보다 훨씬 더 많은 1333만 명의 표본을 활용해 이뤄졌다. 여심위의 신고 양식에 맞추는 과정에서 오히려 표본 규모를 축소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과 다른 여심위 발표

통신사 제공 번호로 1300만명 조사…여심위 규제탓 274만명만 신고
여심위는 자료에서 “피앰아이가 보유한 패널이 △디지털마케팅 회사 아웃소싱을 통한 모집 △검색광고를 통한 모집 △통신사 본인인증 앱을 통해 구축한 것이어서 지역별(읍·면·동) 구분이 불가능한 표본틀”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조사는 KT, LG유플러스의 통신사 본인인증 앱을 통해 확보한 패널과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패널로 구축했다. 모두 통신사가 제공한 전화번호로 조사가 이뤄져 당연히 인구비율에 맞게 할당할 수 있다.

하지만 여심위는 피앰아이가 과거 비정치 여론조사에 활용했다고 설명한 패널 모집 방법을 이번 조사에 활용했다고 자료에 썼다.

여심위는 또 “조사업체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개인정보를 암호화해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썼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여심위가 피앰아이에 보낸 공문에는 강조 표시와 함께 ‘표본별 전화번호 암호화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여심위가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사실과 반대되는 내용을 쓴 것이다. 이에 대한 질의에 여심위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이후 구두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앰아이 측은 그런 요구 사항 수정은 없었다고 했다.

○발표보다 정밀했던 한경 조사

한경·피앰아이의 총선 여론조사는 개인 인증 앱(패스)을 사용하는 KT, LG유플러스 가입자 중 여론조사 패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400만 명을 기초로 1차 조사 대상을 추출했다. 이를 기준으로 인구비례에 맞춰 274만 명을 뽑아냈다. 여기에 더해 SK텔레콤 가입자 중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한 1059만 명이 더해졌다. 실제로는 133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여론조사 공표 당시에는 KT·LG유플러스 기반 274만 명만 밝힐 수 있었다.

여심위의 선거여론조사 등록 시스템에는 ‘(조사 대상) 추출틀’과 ‘구축방법’을 각각 한 가지만 등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공표한 것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은 조사가 이뤄졌지만, 여심위는 설명 자료에서 “조사업체가 등록한 추출틀과 원자료의 추출틀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개별 지역구 조사에 SK텔레콤 가입자가 추가되면서 조사 대상자는 여심위가 전화 여론조사에 제공하는 안심번호 1만5000개보다 최대 6배 이상 많았다. 서울 송파갑 조사는 9만365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서울 중·성동갑은 7만3127명이 대상이었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 가입 패널 274만 명에는 알뜰번호 가입자도 포함됐다. 알뜰번호 가입자가 제외되는 여심위 제공 안심번호보다 표본 대표성이 높다는 게 조사업계의 설명이다.

○신뢰성 깎아내리기 시도

설명자료에서 여심위는 지역구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지난달 19일자에 보도된 ‘3대 벨트 여론조사’ 관련된 오류를 앞세우기도 했다. 가중값 배율을 미준수했고, 표본수도 충족하지 않아 조사를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가중값 배율에 대해선 피앰아이가 신고한 숫자와 다른 숫자가 제시됐다.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묻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표본 수와 관련해선 3개 벨트 중 1개 벨트(낙동강벨트)에서 최소 기준 800명 중 6명이 부족한 794명이 조사됐으며, 피앰아이 측은 일찌감치 여심위 측에 실수를 인정했다.

자료에서 또 여심위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항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지만, 말을 바꿨다. 다만 ‘민주당의 이의신청이 접수돼 피앰아이에 자료 제출을 촉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피앰아이 측은 “여심위의 조사 출두 지시와 고발 압박에 담당 직원이 퇴사하는 등 회사의 부담이 커졌다”며 “더 이상 논란이 확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요청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