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시카고대 공동설문…30%만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한다'
'이민·기독교적 가치 중요하냐' 질문엔 정당별로 응답 엇갈려
"美, 정치양극화에도 자유·평등 등 핵심가치는 한목소리 긍정"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격돌하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민 사이에 정치적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지만, 미국인 대부분은 투표, 평등, 자유 등 미국의 핵심 가치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달 21∼25일 성인 1천2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약 9명은 투표권(91%)과 법에 따른 평등(91%), 사생활에 대한 권리(88%)가 국가로서의 미국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종교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이들도 전체의 84%에 달했다.

평화롭게 모일 권리, 언론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도 각각 83%, 77%로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조사 항목에 포함된 다양한 자유와 권리에 대한 견해 가운데에서는 총기 소지의 자유의 중요성을 묻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54%만이 '매우 중요'를 선택해 의견 통일 정도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4%는 '다소 중요'하다고 답변했으며, 총기 소지의 자유를 미국의 핵심 정체성으로 보는 견해는 특히 공화당원 사이에서 높았다고 AP는 설명했다.

"美, 정치양극화에도 자유·평등 등 핵심가치는 한목소리 긍정"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고, 대선의 해에 서로 다른 진영 사이의 충돌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것이라고 AP는 진단했다.

시카고대 정치학과의 마이클 알버투스 교수는 "무작위로 평범한 사람들을 골라 같은 방에 둔 뒤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하면 사람들의 의견 통일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3명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절반가량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해 상이한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답변한 사람들도 14%에 달했다.

미국의 근본 가치에 대해서는 미국민 사이에 광범위한 합의가 존재하는 데에 비해 정부가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처럼 상당수가 불만을 표현하는 등 양자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정치학자들은 지적한다고 AP는 전했다.

존스홉킨스대 정치학자인 릴리아나 메이슨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유권자를 반영하지 않고 유권자보다 훨씬 더 양극화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라고 짚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인은 꽤 온건하며, 문화적, 인종적, 종교적으로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정당 지지자들을 증오하는 것에 짜증을 낸다"고 설명했다.

"美, 정치양극화에도 자유·평등 등 핵심가치는 한목소리 긍정"
한편, 이번 조사 대상의 4분의 3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 10명 중 8명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좋은 직업을 갖고, '아메리칸드림'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 이 두 항목에서도 미국인 대다수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으로의 이주에 대해서는 정당에 따라 답변이 엇갈렸다.

폭력을 피하고, 경제적 기회를 찾기 위해 세계 다른 지역에서 미국에 올 수 있는 것이 미국 정체성의 핵심인지를 묻는 말을 놓고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서는 71%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긍정적 대답이 38%에 그쳤다.

기독교 가치와 믿음에 뿌리를 둔 문화가 미국적 정체성에 중요한지를 묻는 말에도 공화당 지지자의 절반 이상인 58%는 그렇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에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18%에 불과해 정당별 응답이 엇갈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