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한국에 일시 입국해 의료 혜택만 누리고 출국하는 ‘건보 먹튀(먹고 튀다)’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일부터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국내 거주 기간이 6개월 이상 지나야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외국인’은 한국계 외국인을 포함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재외국민’은 외국에 살면서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을 말한다.

그동안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의 가족은 한국 입국과 동시에 피부양자로 등록돼 따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장 가입자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부인과 자녀는 물론 부모와 형제자매, 장인·장모를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악용해 다수의 가족을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린 뒤 국내로 이들을 초청해 건보 혜택이 적용되는 수술과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한 중국인 남성은 한국에서 일하는 사위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뒤 건보공단 부담금만 9000만원에 달하는 간질환 치료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 베트남 남성은 피부양자 혜택을 이용해 1300만원가량의 뇌경색증 치료를 받은 뒤 출국했다. 2022년 말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132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중국 국적 가입자가 68만 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정부는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개선으로 연간 약 121억원의 건보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다만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배우자와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에 대해선 종전처럼 입국 즉시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유학(D-2)·일반연수 초중고생(D-4-3)·비전문취업(E-9)·영주(F-5)·결혼이민(F-6) 등 거주 사유가 있어도 국내 입국 즉시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외교관이나 외국 기업 주재원의 가족 등이 국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