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운용사들이 굴리는 자산 규모가 1500조원에 육박했다. 내부 현금으로 얻은 수익이 늘어나면서 운용사의 실적도 좋아졌다.

작년 ETF 성장에…운용사 자산 1500兆 육박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2023년 자산운용사 영업실적’을 보면 자산운용사 468개사(공모운용사 81개사, 사모운용사 387개사)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1482조6000억원으로 2022년 말보다 6.1%(84조7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운용자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사모펀드 잔액이 595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전년 말보다 7.2%(40조원) 늘었다. 공모펀드 잔액은 지난해 말 329조2000억원으로 22%를 차지했다. 전년 말보다 19.5%(53조7000억원)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모펀드를 구성하는 ETF 순자산총액이 지난해 말 121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4.3% 불어난 결과다.

작년 468개 자산운용사의 영업이익은 1조5111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27.5%(3261억원) 증가했다. 운용사들의 영업이익은 2021년 2조4533억원에서 2022년 1조185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내부 현금으로 굴린 증권투자이익이 증가하며 이익이 늘기 시작했다. 작년 증권투자이익은 4648억원으로 전년(130억원)에 비해 3475.4% 불었다.

운용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23억원으로 2022년(2조8513억원)에 비해 43.8% 급감했다. 하지만 2022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뱅크 지분 처분이익(약 2조3000억원) 등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운용사들의 순이익은 증가했다.

ETF는 운용사의 자산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으나 수수료 수익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운용사들의 작년 수수료 수익은 3조918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1% 줄었다. ETF는 일반펀드에 비해 운용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투자자 자산이 펀드에서 ETF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전체 수수료 수입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