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전남 해남군은 자녀를 낳을 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첫째 기준)을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6배로 높였다.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이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10년 1.66명, 2011년 1.52명이던 해남의 합계출산율이 2012년 2.47명으로 뛰어올랐다. ‘해남의 기적’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런 기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슷한 정책을 들고나오면서 출산율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 출생통계에 따르면 해남의 출산율은 2018년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2017년 2.10명이던 출산율은 2020년 1.67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남 영광군의 출산율은 1.54명에서 2.46명으로 급등했다. 영광군이 이 무렵 각종 지원금을 대폭 증액한 영향이다. 영광은 2019년부터 500만원의 결혼장려금과 500만(첫째)~3000만원(셋째 이상)의 양육비를 지원했다. 영광은 작년까지 5년간 출산율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다. 경북에선 영덕군이 2016년 두 자녀 가정에 약 1800만원의 지원금을 주며 그해 1.23명이던 출산율을 이듬해 1.63명으로 끌어올렸다. 강원에선 젊은 군인 부부 대상 지원책을 쏟아낸 인제가 2016년 출산율을 2.16명까지 높였다. 하지만 해남과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의 출산율 제고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출산율 1위인 영광만 해도 지난해 출산율이 1.65명까지 낮아졌다. 작년부터 출생아 1인당 84개월간 매달 60만원씩, 총 5040만원을 주기로 한 전남 강진군 출산율이 0.89명에서 1.47명으로 높아져 영광으로 가던 산모들을 끌어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인제는 출산율이 1.38명, 영덕은 0.87명으로 낮아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 출산수당은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임신부를 일시적으로 모으는 효과에 그칠 뿐”이라며 “수당으로 출산율을 높인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지자체 단위의 출혈 경쟁 대신 지방 거점 육성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모든 지자체가 기업과 청년 유치에 나서서 전부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역 거점도시를 육성하고 거점도시의 경제적 성과와 혜택을 인근 지역과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강진규/강경주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