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민중행동 대표, 北공작원과 연락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
"정당 이력이 왜?"…국가보안법 재판서 '공소장 일본주의' 논쟁
북한 공작원과 회합(會合)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법정에 선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 상임대표의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 사이에 '공소장 일본주의' 논쟁이 일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만을 기재해야 한다는 법률상 원칙이다.

1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하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공소장을 보니까 피고인의 과거 시위 주도 전력이나 민주노동당 활동 이력이 적혀 있는데 이 부분이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만약 부적절한 공소사실이 있으면 그 내용은 삭제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에는 피고인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시위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면서 검찰 측에 의견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회 전력이나 활동 사항에 대한 객관적인 이적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한 근거자료로써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도 마찬가지로 검찰의 공소장에 적힌 하 대표의 경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변호인은 "국가보안법 사건 대부분은 범죄 사실과 관련 없는 피고인의 경력이나 정치적 이력을 예외 없이 공소장에 기재해왔다"며 "재판장님 말씀대로 범죄와 관련 없는 공소 사실은 검찰이 철회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나서 "일반적인 형사사건 피고인도 과거 전과 등을 모두 공소장에 기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범죄 사실에서 필요 없는 부분이라면 삭제하고 판결을 쓰기도 한다"며 "이번 사건에 기재된 내용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추후 제출해달라. 재판부도 계속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하 대표는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A씨와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 장사, 장자제(張家界)에서 회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하 대표가 회합 일정 조율, 국내 주요 정세 등 보고를 위해 A씨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하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A씨가 공작원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연락한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