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흑인 시장 주목 받자 "다양성 정책으로 시장 돼" '악플' 세례
메릴랜드 주지사도 인종차별 공격…붕괴 다리는 첫 인양 작업 착수
"범죄자 같다"…다리 붕괴 후 인종차별 시달리는 볼티모어 시장
지난주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의 대형 교량이 선박과 충돌해 붕괴한 사건으로 볼티모어주의 젊은 흑인 시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26일 교량 붕괴 사고 이후 올해로 39세인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엑스(X·옛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는 그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비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엑스 사용자는 그를 "볼티모어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시장"이라고 지칭하며 그가 다양성 정책 덕에 백인 후보 대신 일자리를 얻은 것이라 조롱했다.

다른 엑스 사용자들은 그가 사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수염을 기르고 정장이 아닌 캐주얼 점퍼를 입은 것을 가지고 공격하기도 했다.

한 엑스 사용자는 그가 "평범한 길거리 범죄자처럼 보인다"며 그의 외모와 복장을 비하하는 댓글을 적었다.

볼티모어에서 나고 자란 스콧 시장은 WP와 인터뷰에서 30대 흑인 정치인으로서 이러한 인종차별적 비난은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리더 자리에 있는 젊은 흑인이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며 시장 재임 기간 많은 인종차별에 시달려왔다고 털어놨다.

스콧 시장은 자신뿐 아니라 흑인인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와 심지어 다리 붕괴로 사망한 이주민 노동자들까지도 인종차별주의자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2020년 선거에서 7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된 스콧 시장이 흑인을 주로 대변하기보다는 볼티모어시의 심각한 인종 및 계급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포용적 정책을 펼쳐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1960년대 백인 중산층이 교외로 대거 이주하면서 빈민가가 늘고 슬럼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볼티모어시는 높은 범죄율과 실업률로 오래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번 다리 붕괴로 주요 수출입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이 무기한 폐쇄된 볼티모어시는 도시 경제에 큰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됐다.

스콧은 WP에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 공격보다는 이번 다리 붕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볼티모어항에서는 무너진 교량에 대한 첫 인양 작업이 시작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철거 대원들은 무너진 교량 일부를 토치로 절단한 뒤 200톤(t) 가량의 구조물을 들어 올렸다.

당국은 무너진 교량을 작은 조각들로 절단한 뒤 하나씩 들어 올려 제거해 피해자 시신을 모두 수습하고 항구 운영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범죄자 같다"…다리 붕괴 후 인종차별 시달리는 볼티모어 시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