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매화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대부분 기업들의 주주총회도 마무리되고, 여기서 확정된 2023년 재무제표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속속 나타납니다. 보릿고개와 같은 지난 2년 남짓 힘든 고비를 넘긴 바이오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하는 데 현금가용년수 만큼 유용한 지표도 없습니다. 미국 나스닥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바이오텍들의 현금보유 수준을 간단히 계산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사용 가능합니다. 2023년 바이오기업의 재무상태표에 표기된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값을 온기 영업손실 절대값으로 나누면 현금가용년수가 산출됩니다.2023년말 시점에서 산출된 값이기 때문에 2024년에 들어선 이후의 유상증자나 기술수출 등으로 인한 자금유입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보유현금 수준을 개략적으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나스닥 바이오텍의 평균 현금가용년수는 대략 2~3년 정도입니다. 전체의 약 30% 기업이 매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자금을 빌려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바이오텍의 특성상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은 일상적인 재무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난 2년간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궁지에 몰린 대부분의 바이오텍이 핵심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면서 인력을 줄이는 비자발적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작년 6월말 기준 국내 바이오기업의 현금가용년수는 0.8년까지 축소돼 자금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보유 현금으로 1년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핵심 R&D를 지속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졌을까요?국내 40개 바이오텍의 2023년말 현금가용년수를 산출해 봤습니다. 6개월 사이에 거래정지된 2개 기업(엔케이맥스, 카나리아바이오)과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 3개를 뺀 나머지 34개 기업의 현금가용년수는 2.1년으로 산출됐습니다. 이는 작년 6월말 0.8년에서 상당히 개선된 수치입니다. 계산에서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오를 제외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느끼는 개선은 숫자보다 크지 않을 겁니다.현금가용년수가 1년 이하로 1년 안에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기업은 34개 기업 중 32%인 11개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6월 말 41%에서 어느 정도 개선됐으며, 미국 바이오텍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부 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나머지 회사들로 자금이 순환되는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특징적인 건 기업별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엔케이맥스와 카나리아바이의 경우 작년 6월말 시점 현금가용년수가 각각 -1.1년, -10.1년이었습니다. 올리패스, 신테카바이오, 셀리드, HLB, 진원생명과학, 티앤알바이오팹, 앱클론, 제이엘케이, 뷰노, 펩트론 등은 현금가용년수가 작년 6월 말 대비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됐습니다.현재 금융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워 유상증자나 CB 발행 가능성이 높아 이들 기업은 주주가치 희석(주식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당 가치가 떨어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물론 이들 기업에 혁신적인 임상개발이 이루어져 빅파마와 기술협업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향후 높은 매출성장이 기대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주주가치 희석과 매출 성장 사이의 균형잡힌 투자판단이 요구됩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 1위 면역항암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72조원으로 예상되는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글로벌 임상 1상을 시작한 데 이어 세계 첫 글로벌 임상 3상에 나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 진행하는 ‘오버랩(overlap)’ 전략을 통해 임상을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스위스 산도스와 미국 암젠도 속속 임상에 나서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14개국에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616명을 모집해 SB27과 오리지널 의약품의 유효성, 안전성 및 약동학 등을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한다.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로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2023년 연간 매출 규모는 3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조사기관인 CMI에 따르면 키트루다 시장은 2032년 544억달러(약 72조4800억원)로 10년 만에 2.6배로 커질 전망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임상을 총괄하는 홍일선 상무(약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이상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과 종근당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상무는 “역대 진행한 28개의 글로벌 임상 가운데 가장 많은 수백억원의 임상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지난달 25일부로 거래중지상태인 엔케이맥스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5일 엔케이맥스가 늦깎이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엔케이맥스는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종속회사 6개를 포함한 연결기준은 물론 한국 엔케이맥스 본사 별도 기준으로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사유는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 △주요 감사절차의 제약 등이다. 엔케이맥스 관계자는 “미국 관계사 엔케이젠바이오텍으로부터 늦어도 오늘(5일)엔 받기로 했던 회계 자료를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며 “(감사의견 거절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회사를 감사한 태성회계법인은 영업손실과 현금 유출로 악화된 유동비율을 근거로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감사 기간인 지난해(2023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608억원이었으며, 단기순손실은 362억원이었다. 영업활동 순현금유출로는 223억원이 발생했다.유동자산에 비해 유동부채는 475억원을 넘어섰다. 유동비율로 보면 19.9%였다. 정상기업이라면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많아야 하며 50% 미만은 위험신호로 본다. 엔케이맥스의 유동비율은 2022년에도 35%에 그쳤다. 감사인은 이어 “유상증자를 통한 유동성확보 및 경영성과 개선을 통한 재무개선 계획 등의 실현가능성에도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상황은 연결회사의 계속기업으로의 존속능력에 대하여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한다”고 했다.엔케이맥스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지난 달 25일부터 주권거래매매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6일까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