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세 공무원들 인터뷰 "문제 아닌 걸 찾는 게 더 힘들어" 토로
당장 4월부터 각종 납세 줄예고…대량작업 앞둔 민원 현장 "초긴장 상태"
행안부 "민원 감소, 실무자 요청 올 때마다 즉각 처리" 해명
차세대 시스템 오류에…"20년 공무원 신뢰·자부심 다 무너졌다"
"세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인과 공무원 간에 '신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이하 차세대 시스템) 오류 사태로 서로의 믿음은 물론이고, 저희의 자부심도 무너졌습니다.

"
울산에서 근무하는 20년 차 세무직 공무원 김모 씨는 지난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민원인은 우리가 법과 절차에 따라 세금을 처리한다고 믿고 돈을 내고, 저희는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깔끔하게 업무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왔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로 그간 쌓아온 신뢰와 자부심이 모두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차세대 시스템이 개통한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여러 오류가 끊이지 않으면서 김씨처럼 일선 지자체에서 지방세와 과태료 담당 업무를 하는 세무직 공무원들의 불만이 그야말로 폭발하기 직전까지 차올랐다.

차세대 시스템은 서울 외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지방세·세외수입 시스템을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의 클라우드상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구축한 것이다.

구축 사업비가 국비 373억원, 지방비 648억원 등 총 1천21억원이다.

사업은 KLID가 발주하고, 메타넷디지털 컨소시엄이 수행했다.

그러나 시스템이 개통된 이후 세금 완납증명서나 고지서가 제때 발급되지 않거나, 카드 및 가상계좌번호를 통한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각종 민원 처리가 지연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김씨는 "세금을 제대로 냈는데도 미납 통지가 오기도 하고, 납부한 액수와 다른 금액이 처리되기도 했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민원인들이 어떻게 우리를 믿을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세대 시스템의 문제점을 묻자 그는 "문제가 아닌 걸 찾는 게 더 힘들다"며 "지금 가장 바라는 점은 이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차세대 시스템 오류에…"20년 공무원 신뢰·자부심 다 무너졌다"
지난 20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세무직 공무원 220여명을 대상으로 시스템 오류에 대한 조치 현황과 안정화 계획을 공유하는 토론회에서도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오류는 위택스에서 세금 납부 후 발급되는 수납확인서가 세무서·등기소 등에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실제 세금 납부를 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다.

부산 사상구의 세무 담당 공무원은 "주민들은 납부 신고를 마쳤지만, 이것이 담당 공무원에게까지 통지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납부를 마친 민원인에게 완납 증명서 발급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납부한 금액과 전혀 다른 액수가 조회되는 등 수납 체계에서 기본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국 담당 공무원들과 행안부 관계자가 개설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되는 오류 내용이 하루에만 수백건"이라고 했다.

처리 절차가 훨씬 더 복잡해져 업무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는 볼멘소리도 크다.

광주의 한 세무 담당 공무원은 "체납 대상자를 조회할 때 (이전 시스템과는 달리) 일괄적으로 처리가 안 돼서 업무량이 늘었다"며 "행안부에 인력을 증원이나 시스템 개선 등의 요구를 하고 있는데 실현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소속 공무원 김모 씨도 "단순한 덧셈이 틀리기도 하고, 규정된 세율을 멋대로 책정해서 매기기도 한다"며 "이전에는 보통 민원 1건당 1분이 걸린다고 하면, 지금은 10분이 넘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으로 거세진 민원인의 불만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민원인들에게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정신병에 걸릴 정도"라며 "버티기 힘든 직원에게는 휴직계를 내라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차세대 시스템 오류에…"20년 공무원 신뢰·자부심 다 무너졌다"
공무원들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4월 법인 지방소득세를 시작으로, 6월 자동차세, 7월 재산세, 8월 주민세 등 대규모의 세무 작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사상구의 세무담당 공무원은 "지금도 수시로 다운되는 시스템이 수백만건의 신고를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량작업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상담이나 민원은 감소하고 있는 상태"라며 "실무자로부터 오류 요청이 올 때마다 즉각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