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장기화' 與에 부담…투표율은 60%가 분수령 될 듯
부동층 향배도 주목…여야 모두 후보 자질·막말 논란 '경계령'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10 총선을 열흘 앞둔 현재 판세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소 우세를 점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올수록 조그만 변수에도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한 전례를 고려하면 선거판을 바꿀 만한 요인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중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 투표율, 부동층 향배, 부동산 등 재산 문제를 둘러싼 일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과 유세 과정에서 불거지는 돌출성 막말 등이 변수로 지목된다.

[총선 D-10] 투표율·의정갈등 등 판세 영향 미칠 남은 변수는
◇ 의정 갈등 해결되면 與에는 확실한 호재
의대 정원 2천명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대형 병원의 진료 공백 문제는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은 여권에 악재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의료 개혁이라는 명분과 별개로 의료계 집단행동이나 진료 파행의 장기화로 국민 피로감이 누적되는 탓이다.

남은 열흘간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여권은 핸디캡을 안고 총선 성적표를 받아야 할 확률이 낮지 않다.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여론의 반감도 크지만, 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4월 10일까지 촉박한 시간 안에 완벽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의정 갈등의 출구라도 찾는다면 여권에는 호재라는 데에도 역시 이견이 없어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년 가까이 한 명도 늘리지 못했던 의대 정원을 몇 명이라도 늘린다면 그 자체로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의대 정원의 단계적 확대와 같은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선 D-10] 투표율·의정갈등 등 판세 영향 미칠 남은 변수는
◇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부동층…맞춤형 공약·메시지 등에 영향받을 듯
여야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판세에 따르면 지역구 254곳 중 현재 어느 당의 우세로 볼 수 없는 경합 지역이 여전히 60∼70석에 달한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중원인 충청권, 보수 '텃밭' 부산·경남(PK) 등 전국 각지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지역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수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박빙 지역에서는 이 부동층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수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꾸준히 20% 안팎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조사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응답률 15.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정당 지지도 항목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17%였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9%,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한 응답은 50%였다.

무당층에서도 '여당 다수 당선'(26%)보다는 '야당 다수 당선'(37%) 응답이 높았다.

이런 결과는 현 상황에서는 무당층 중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유권자의 수가 더 많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당층이 각 당에 충성도가 높은 성향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는 남은 열흘간 이들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더욱 공을 들일 전망이다.

지역·세대별 맞춤형 공약이나 메시지 차별화 등이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향후 공식 선거운동 과정에서 돌출할 수 있는 막말이나 숨겨졌던 후보들의 비위 이력 등도 부동층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선 D-10] 투표율·의정갈등 등 판세 영향 미칠 남은 변수는
◇ '높은 투표율, 진보 정당에 유리' 통할까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정당에,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집권 여당이 불리하다는 속설도 있다.

다만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 투표율까지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어떤 유형의 유권자가 투표장에 많이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투표율이 55%를 넘지 않으면 보수 정당에, 60%를 넘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한 경향을 보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때 투표율이 60.6%였고,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과 180석을 차지했을 때 투표율이 66.2%였다.

반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할 때 투표율은 46.1%, 그로부터 4년 뒤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할 때 투표율은 54.2%였다.

2020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1석 많은 123석을 얻어 1당이 됐을 때 투표율은 58.0%였다.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이 강한 노년층 투표율은 꾸준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청장년층 투표율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투표율이 60% 내외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여야가 각각 '이재명·조국 심판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최대한 지지층을 결집하고, 거대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도 제3의 정당을 선택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어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조국혁신당 등의 출현으로 전체적인 투표율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며 "59∼60% 정도 나올 것 같다"고 언급했다.

[총선 D-10] 투표율·의정갈등 등 판세 영향 미칠 남은 변수는
◇ 여야 모두 '막말 경계령'…전체 표심 악영향 미칠 돌발 변수
최근 불거진 일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도 표심을 흔드는 나비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안산갑)는 20대 딸 명의로 11억원을 대출받아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했고, 같은당 공영운 후보(화성을)는 현대차그룹 임원 재직 시절 서울 성수동 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군 복무 중인 20대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혁신당에선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 부부의 보유 재산이 최근 1년간 41억원가량 늘었고, 배우자인 이종근 전 검사장이 작년 퇴직한 후 변호사로 다단계 업체 변론을 맡아 수십억 원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져 '전관예우 거액 수임' 논란이 불거졌다.

상호 네거티브 공방이 격해지면서 자칫 선을 넘는 말실수도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막말은 선거 결과의 키를 쥔 중도층 표심을 떠나게 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 여러 차례 후보들에게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지난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텐트' 발언은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17대 총선 직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노인 폄훼' 발언은 총선 판세를 뒤바꿨다.

최근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여야 대표들의 발언 수위가 격해져 일부 '막말'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이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고 말해 민주당이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유세 지원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며 정부를 "의붓아버지, 계모 같다"고 표현, 여당이 "재혼 가정 비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선거 막바지에 말실수 (여파)가 크게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막말이 잦아진 탓에 유권자들의 역치가 높아져 큰 변수가 되지 않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윤 실장은 "하도 막말이 많아서 특정 연령대나 지역을 폄하하는 발언은 변수가 될 수도 있지만, 상대 진영을 향한 막말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