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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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산업생산이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넉 달 연속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반면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1% 줄었다.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민간소비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가 겹쳐 체감경기로 온기 확산이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경제의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수출·내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1.3% 증가했다. 작년 11월 0.3% 반등한 이후 12월(0.4%)과 1월(0.4%), 2월(1.3%)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광공업 생산이 3.1% 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제조업 생산이 3.4%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 1월 8.2%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이 지난달 4.8% 늘며 반등했고, 기계장비(10.3%)와 전자부품(12.5%) 생산도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0.7% 늘었다.

반면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1% 줄었다.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4.8% 감소했고, 통신기기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도 3.2%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서비스업 소비는 플러스로 가고 있지만, 재화 부문의 소매판매는 감소했다”며 “전반적인 지표는 좋지만, 소비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회복에도 소비 부진 '양극화'…실물·체감경기 괴리 [통계 인사이드]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3% 증가했다. 2014년 11월(12.7%)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운송장비(23.8%)와 기계류(6.0%) 모두 전월보다 투자가 늘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제조용 기계 투자와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1.8%)과 토목(-2.2%)에서 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통상 4~6분기 후 건설기성 지표로 가시화되는 건설수주(경상)는 전년 동월 대비 24.1% 감소했다. 1월(-39.6%)에 이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반도체 개선 흐름에 더해 다른 제조업종으로 회복세가 확산하며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기재부가 최근 반 년 새 내놓은 경기 진단 중 사실상 가장 긍정적인 신호를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가 생산·수출 회복세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발(發) 경기 개선과 체감경기 회복에 적잖은 괴리가 있다는 뜻이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과 고물가에 따라 가계 실질 소득이 줄면서 민간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매판매·서비스업 생산의 전체적인 흐름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차츰 회복되는 조짐이 관측된다”며 “다만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상승 후 조정 효과와 설 연휴 소비감소, 전기차 보조금 미지급 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과 내수 간 온도 차가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이번 지표를 볼 때 갭(격차)이 좁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소비·투자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건설수주 부진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